◎“캐스팅디렉터 제1조건은 전략적 사고”/“제품이미지에 맞는 적절한 모델기용 야구감독과 비슷”광고에서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빅모델이 어떤 제품 광고에 나왔을 때 그 모델의 이미지가 제품에 그대로 반영돼 판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1류 모델을 잡기 위해 기업과 광고대행사간에 벌어지는 경쟁은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 전쟁터를 진두지휘하는 직종이 「캐스팅 디렉터」로 광고컨셉에 따라 모델을 선정하고 출연시키는 일을 도맡는다.
박장배 코래드 멀티미디어 본부장(50)이 바로 업계의 손꼽히는 1세대 캐스팅 디렉터로 모델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70년대 후반부터 모델 찾는 일을 담당해왔다. 올 가을이면 광고에 입문한 지 꼭 20년이 되는 그는 캐스팅 디렉터가 갖춰야 할 제 1요건으로 전략적 사고를 강조한다.
『무작정 톱 모델을 기용한다고 해서 광고 효과가 나는 건 아니지요. 모델이 과연 제품 이미지와 잘 맞는지를 전략적으로 잘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캐스팅 디렉터를 야구감독과 비유하는 그는 『제대로 된 야구감독이라면 먼저 톱스타가 자기 팀에 꼭 필요한 선수인지를 살필 것입니다. 아무리 자질이 우수하다고 해도 필요없는 선수인데 스카웃 비용으로 많은 돈을 들일 이유가 없는 거죠. 캐스팅 디렉터로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우수한 캐스팅 디렉터는 모델을 쓰지 말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즉 모델 없이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광고가 진정한 크리에이티브를 갖춘 광고캠페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모델을 쓰기로 결정이 나면 캐스팅디렉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델을 기용할 수 있는 집념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지난 80년대 해태음료 보리텐을 출시할 때, 당시 인기정상을 달리던 여가수 이상은을 엄동설한에 5일동안 집밖에서 잠복근무(?)해 모델로 캐스팅한 일은 광고계의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보리텐 광고는 두말 할 것 없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박건배 해태그룹회장의 특명을 받아 서태지를 해태제과에 전속모델로 기용, 단기간 내에 놀랄만한 매출 신장을 올린 것을 비롯해 탤런트 유인촌씨와 20여년동안 인간전인 친분관계를 맺어 현재까지 대우전자 모델로 계속 기용한 경우 등 그의 모델 캐스팅으로 성공을 거둔 광고캠페인은 수 없이 많다.
중앙대 신방과를 나온 박본부장은 현재도 다양한 분야의 톱스타들과 유대를 돈독히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마당발로 불리는 그에게 언제 또다시 특명이 떨어질 줄 모르기 때문. 아마 3단의 바둑실력으로 회사내 기우회장을 맡고 있고 등산을 즐기며, 태권도 공인 5단의 만능 스포츠맨이다.<홍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