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왁(해녀용 뒤웅박) 하나에 몸을 내맡긴 채 거친 바다 속을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면서도 그곳에서 꿈을 캐던 우리네 어머니들이 바로 ‘해녀(海女)’다.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쉽지 않은 모습이라 이방인들에게는 신기한 풍경인 모양이지만 해녀는 우리 어머니들의 고달픔과 애환, 나아가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지혜와 강한 생존력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이들은 단순한 가정 경제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넘어 1932년에는 제주 해녀들을 중심으로 항일운동까지 전개했으며 2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계 경제와 지역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수가 급격히 줄고 고령화돼 30~40대의 젊은 해녀들이 3%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수가 줄어들고 고령화하는 것이 어디 해녀에만 국한된 문제일까마는 머지않아 박물관에 가야만 만나볼 수 있는 역사 속의 인물들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이름을 드날린 인물들의 뒤에는 훌륭한 할머니나 어머니가 있었듯 남자들도 견디기 힘든 바다를 넘나들며 가정을 이끌어가던 해녀들의 역사와 정신, 그네들의 삶과 생활은 충분히 보전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이다. 세계 해양문화사에서도 아주 독특한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공감대를 기반으로 지난 6월9일 제주에서 문을 연 것이 바로 해녀박물관이다. 필자가 시간을 쪼개어 박물관 개관 행사에 참석한 것도 해녀박물관이 이런 문화적,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 개관에서 나아가 학계와 문화계ㆍ언론계 등에서는 제주 해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고 지난해 미국의 ‘뉴욕타임스’, 이탈리아의 ‘라 스탐파’ 등 유력 일간지들도 해녀를 신년특집으로 보도하는 등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독특한 자연환경과 험난한 역사 속에서 형성된 해녀들만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문화는 향토문화유산으로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해양문화와 관광자원으로서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된다.
정부에서도 해녀들의 복리와 건강, 나아가 해녀문화의 보전과 관광자원화에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지만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앞으로 해녀의 끈기와 강인함을 이어받은 많은 여성들이 나타나 해양수산 분야의 발전에 중심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