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새 정부 첫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의 15일 발언에 따라 현 정부와 새 정부간의 마찰이 불가피하게 됐다. 의혹자체를 원천 부인하는 현 정부와 `털고 갈 것이 있으면 털고 가라`는 새 정부의 입장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와는 무관한 얘기`라며 정면으로 부인했다.
문 실장 내정자의 이날 발언은 한나라당이 7대 의혹의 해명을 조건으로 인수위법의 국회처리를 지연시키려고 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표면적으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 정부가 큰 결심을 하라`는 메시지로 보인다.
그러나 나아가서는 여야 모두 당 개혁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와중에 나온 이날 문실장 내정자의 언급으로 정치권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전망이다. 비리에 연루된 구 세력이 물러나고 신 주류가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실장 내정자는 이날 “김대중 정권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털고가야 한다”며 “고백할 것이 있으면 고백하고 대국민선언할 것이 있으면 선언하는 형태로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대상선의 4,000억원 대북지원설에 대해 “사건의 실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면서도 “통치행위 가운데는 공개되지 않아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대북지원설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 김대중 대통령측을 자극했다.
여야 모두 당권경쟁의 와중에 휘말린 최근 정치권 상황과 맞물려 이날 발언은 커다란 파장을 불러올 공산도 크다. 당장 당권경쟁에 휩싸인 민주당에는 구주류측 퇴진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침체상태에 있는 한나라당에는 현 정부와 새 정부 모두에 공세를 펼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나라당 내에서도 개혁세력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재료가 될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노 당선자측에 지지를 보냈던 개혁세력 중심의 신주류측과 한화갑 대표 등 동교동계를 위시한 구주류측이 당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신주류측은 인적청산론으로 구주류측의 퇴진까지 압박하고 있다. 만일 `의혹 및 비리청산 정국`이 본격화되면 구주류 측의 타격이 클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날 발언을 정치권 새판짜기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의혹 및 비리청산`을 빌미로 정치권이 새롭게 짜여질 가능성이 큰데다 여야관계가 한층 얼어붙을 수 있어 격랑이 예상된다. 이 경우 노무현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도 어려울 수 있으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문 실장 내정자는 이같은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사실관계를 전혀 알지 못한 채 단순히 원론적인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은 4,000억 대북지원을 비롯해
▲국정원 불법 도청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공적자금 비리
▲안정남 전 국세청장 비리
▲백궁 정자지구 용도변경 및 파크빌 아파트 분양
▲조풍언 게이트 등을 7대의혹 사건으로 규정, 이달 임시국회에서 국정조사와 특검제 실시를 추진키로 했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