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유전자 분석장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바이오·헬스 산업을 과거 반도체·전자 못지 않은 그룹의 핵심 분야로 키우고 있어 주목된다. 유전자 본체인 DNA(디옥시리보핵산) /사진제공=오송바이오엑스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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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은 최근 열린 신사업 사장단 회의에서 "인류의 건강 및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신사업을 선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의 주요 신사업 가운데 삶의 질에 관련된 파트는 단연 바이오ㆍ헬스다. 이미 삼성은 바이오시밀러ㆍ헬스케어기기(혈액진단기 등) 등의 분야에서 차근히 준비해나가고 있다. 게놈 프로젝트 진출 추진은 이 같은 삼성그룹의 바이오ㆍ헬스 등 '삶의 질'에 관련된 신사업 프로젝트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은 바이오ㆍ헬스 분야에서 게놈ㆍ바이오시밀러ㆍ헬스케어기기 등 삼각 편대를 형성하며 폭넓은 사업 영역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분석 시장 선점한다=최근 미국에서 승인 받은 '바이딜'이라는 신장병 치료제는 흑인에게만 효과가 있는 약이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역시 유전자 분석 결과 특정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다.
이처럼 유전자 분석은 개인맞춤 진료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3세대 DNA 시퀀싱 장비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많은 유전자 정보를 빠르게 얻어낼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유전체 분석기술은 뛰어나나 유전자분석 시장의 70%나 차지하는 분석장비 기술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장비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삼성이 유전자 분석 장비 개발 시장에 뛰어든 것은 오는 2014년 시장이 본격화되기에 앞서 선점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이번에 삼성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룬 마크로젠은 인간 유전체 정보에 기반한 질병예측 기술과 신약개발 능력을 보유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삼성의료원ㆍ삼성SDS가 지난 3월 세계적 생명공학장비 회사인 라이프테크놀로지(LT)와 '인간 유전체 시퀀싱 및 유전자 기반의 진단ㆍ치료 글로벌 서비스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게놈프로젝트에 돌입할 준비를 차분히 진행해왔다.
◇바이오시밀러에서 바이오신약까지=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지식경제부의 '신성장동력 스마트프로젝트' 참가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전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지난해 853억달러에 달하며 매년 20%씩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삼성은 후발 주자인 만큼 바이오제약 분야의 큰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업계에서 바이오시밀러 인력을 대거 충원하며 본격화할 준비를 해왔다. 머지않아 바이오시밀러의 세부 사업전략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바이오신약 개발까지 구상하고 있다. 바이오신약은 오리지널 약물의 특허가 만료된 후에도 꾸준히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삼성종기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이미 정부의 바이오신약 프로젝트에 참가하며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바이오시밀러 외에 헬스케어 기기에서도 조만간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혈액 한 방울로 각종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혈액진단기기의 시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 삼각편대 구축, 사업영역 넓힌다=삼성그룹은 바이오시밀러ㆍ헬스케어에 이어 이번 게놈 프로젝트 진출로 바이오ㆍ헬스ㆍ게놈이라는 3각 편대를 형성하게 된다. 삼성이 그리는 바이오ㆍ헬스 신사업 구상이 과거 전자 산업 진출 때 못지 않은 치밀한 전략과 구상에 따라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헬스 사업 분야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회수 효과가 큰 비즈니스 중 하나"라며 "5년 후에 바이오헬스 사업은 삼성의 주력 부문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선진국과 격차가 있기 때문에 단순한 따라잡기 전략으로는 산업 주도권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축적해온 바이오기술 기반을 상업화로 연결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