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혁신과 윤리경영] 한국관광공사-철저한 '서비스 마인드'무장
고객위주 사업·예산등 편성능력·실적위주 인사 혁신도
정부의 공기업 평가에서 항상 하위권을 맴돌던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내년부터 중위권으로 도약해 오랜 불명예를 씻겠다는 것.
이는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관광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회사의 위상을 새로 정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관광공사는 이를 위해 10월초 ‘사내경영실적 모의평가’를 실시, 각 부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임직원들의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부임한지 1년 반이 넘어가는 유건(사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회사 혁신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부임 초기부터 유 사장은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면서 사업계획의 기본 구도를 모두 바꿔야 한다고 임직원들을 설득해 왔다. 공기업이면 흔히 그러하기 마련인 관료주의ㆍ형식주의ㆍ편의주의를 벗고 ‘고객위주의 서비스 마인드’로 재무장해야 한다는 것이 유사장의 지론이다.
유 사장은 ▶모든 사업계획은 고객 우선으로 수립하고▶한정된 예산 역시 고객지향으로 사용하며▶ 인력을 고객접점부서로 전진 배치하며 ▶평가 단계에서도 고객만족을 중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주문한다.
유 사장은 “2008년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기 위해서는 기존의 타성과 의식에 젖어서는 어렵다”며 “기존의 회사 위주, 정부우선 마인드에서 사업의 파트너인 여행업체, 지방자치단체 및 관광 소비자 중심으로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광공사 혁신의 의지는 이미 지난 6월 발표된 대규모 인사 혁신에서 첫 모습을 보였다. 당시 공사는 200여명의 임직원들을 승진ㆍ보직 변경하는 과정에서 연공서열이 아닌 철저히 능력ㆍ실적 위주의 인사 원칙을 적용, 주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관광공사의 한 직원은 당시의 인사의 충격을 “창립이래 한번도 보지 못했던 서열파괴, 계급 파괴 바람이 몰아쳤다”며 “후배가 장(長)이 되고 그 밑에 선배가 배치되는 경우, 회사의 알짜 부서에 선배들을 제치고 새파란 신인이 장을 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돌이켰다.
부임당시 ‘낙하산 인사’ 등의 시비로 노조와 불편한 관계였던 유 사장은 이 인사혁신을 계기로 노조와 완전히 협조ㆍ보완적인 관계로 돌아섰다. 마침내 노조가 민간기업 출신인 유 사장의 경영혁신 의지와 사업경영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게 됐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당시 제2의 창사의 각오로 임했다. 앞으로도 원칙ㆍ소신있는 경영으로 노조와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간 예산 700억원, 임직원 700명선의 작은 조직인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추진중인 ▦기업도시 및 레저복합도시 건설 ▦ 서울ㆍ부산 등 신규 카지노 사업 ▦ 금강산 및 개성 관광사업 확대 등에 회사 발전의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예산에 대한 높은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수익사업을 확대함으로써 다른 공기업들처럼 독자적인 사업운영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내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면세점 사업도 매출 규모(2003년 2,000억원)를 더욱 키워 회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공기업 평가 기준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직원들은 공기업 평가에서 관광공사가 만년 하위로 처지는 것은 공사의 대외적인 위상이 약하고 계량화하기 힘든 사안을 무리하게 수량화하는 평가기관의 ‘행정 편의주의’에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한 직원은 “평가에서 뒤져 정부가 공기업들에 허용하는 특별 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계량이 어려운 관광사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불합리한 평가 잣대를 일률적으로 들이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광공사는 이 모든 것은 뒤로 하고 새 출발할 각오다. 이미 지난 7월 부패방지위원회와 ‘윤리경영 시범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높은 수준의 윤리를 선양하는 기업이 될 것을 내외에 천명한 한국관광공사는 뼈를 깍는 노력으로 21세기 관광산업을 선도해 가는 공기업으로서 소임을 다해 나갈 작정이다.
유건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 중화권 200만명 시대를 앞당기고, 주5일제 도입에 맞는 다양한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할 일이 많다“며 “근무조건은 다른 공기업에 비해 열악하지만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강동호 기자 eastern@sed.co.kr
입력시간 : 2004-10-21 1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