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로펌이 인수합병 타깃

중소 로펌 변호사 47% "기회되면 옮길것"
"서비스 질 향상되지만 수임료는 더 비싸져"
생존 전략으로는 모두 "전문화만이 살 길"


국내 변호사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 국내 로펌 및 개인 변호사 시장은 대형 외국로펌이라는 초특급 태풍 앞에 힘없이 쓰러질 수밖에 없는 등불 같은 존재라는 게 그대로 드러났다. 설문분석 결과 대형 로펌보다는 조직 융합이 쉽고 몸집이 작은 중소 로펌이 거대 외국로펌의 인수합병(M&A)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로펌이 국내 중소 로펌 M&A, 인력 빼내 가기 등으로 덩치를 부풀리면서 상당수 대형 로펌도 기존 시장을 잠식당하고 결국 도태 내지 군소 로펌으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회되면 옮긴다=이번 설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개방 이후 중소 로펌이 업계 지각변동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개방으로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을 집단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4.12%(복수 응답)가 ‘중소 로펌’이라고 답해 ‘개인 및 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7.84%)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이 같은 중소 로펌의 위기의식을 반영한 탓인지 설문에서도 중소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가장 강력하게 외국로펌과의 합병 및 전직 의사를 밝혔다. 전문성이나 덩치면에서 열세인 만큼 앉아서 도태되느니 적극적으로 외국로펌과 손을 맞잡거나 자리를 옮겨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다. 외국로펌으로의 전직 의사를 묻는 질문에 중소 로펌 변호사 응답자의 47.5%가 조건이 맞는다면 자리를 옮기겠다고 밝혀 대형 로펌 변호사(16.67%)보다 3배 가깝게 많았다. 국내 중견 로펌인 A사는 외국 모 유명 로펌과의 M&A를 제의받고 최근 외국로펌의 아시아본부가 있는 홍콩을 수차례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A사 대표인 김모 변호사는 “외국로펌은 덩치가 큰 대형 로펌보다는 조직 융합이 쉬운 중소 로펌을 선호하고 있고 중소 로펌 입장에서도 시장개방을 맞아 외국로펌과 먼저 손을 잡음으로써 한 단계 도약하는 윈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수임료는 더 비싸져=시장개방에 따라 치열한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서비스 질은 향상되겠지만 수임료는 더욱 비싸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자문시장의 경우 수임료가 비싸질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가 63%에 달해 싸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22%)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송무시장도 비싸질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가 41%로 싸질 것이라고 말한 비율(17%)보다 2배를 훌쩍 넘었다. 법무법인 광장의 김상곤 변호사는 이와 관련, “외국 변호사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시간당 비용이 훨씬 비싸다. 미국 뉴욕의 7년차 변호사가 시간당 400~450달러를 받는데 이는 같은 수준의 우리나라 변호사보다 약 1.5배가량 더 받는 것이다. 게다가 투입하는 인력이 국내 로펌보다 많아 기업자문 수수료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로펌 등 모두 전문화가 살 길=대비책을 묻는 질문에는 대형 로펌과 중소 및 개인 변호사 할 것 없이 모두 ‘전문화’가 생존전략이라고 답했다. 대형과 중소형 로펌의 각각 38.18%, 44.23%가 전문화를 최우선 전략으로 꼽았고 개인 변호사도 28.21%로 최우선 순위로 전문화를 답했다. 차상위 생존전략으로는 그룹별로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형 로펌의 27.27%가 더욱 더 대형화해 외국로펌에 버금가는 덩치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중소 로펌의 17.31%는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개인 변호사는 ‘외국어 공부’(20.51%)와 ‘다른 법률사무소와의 제휴 및 합병’(10.26%)을 들었다. 개방의 긍정적 효과로는 ‘법률서비스 개선’(51.02%)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로펌 및 변호사 시장 구조조정’(30.61%), ‘고용시장 유연화’(15.65%) 등의 순이었다. 부정적 효과로는 ‘로펌과 변호사간 양극화 심화’(27.37%)에 이어 ‘토종로펌 고사’(25.70%), ‘국내로펌의 외국로펌 하청업체 전락’(24.02%), ‘소송 남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17.32%)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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