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탈 쓴’ J.P모건 스왑

KBS1TV `일요스페셜`(매주 일요일 오후8시)이 국내와 미국 금융기관의 스왑거래 내막을 파헤친 `어느 스왑 거래의 내막, J.P 모건은 어떻게 한국 금융 기관을 파산시켰나`(연출 박복용ㆍ임기순)를 7일 방송한다. 제작진에 의해 6년 만에 공개되는 이 사건은 한국 금융기관 6곳과 제조업체 1개사 등 7개 기업이 미국 굴지의 투자 은행인 J.P 모건과 1997년 초반 맺었던 외환 선물 파생상품 `토털 리턴 스왑(TRS)`계약에 관한 것이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통해 이 거래가 J.P모건이 자사의 이익을 위해 한국 기업을 고의적으로 속인 `사기 계약`임을 밝힐 예정이다. 또한 외환 위기의 전운이 감돌던 시점에 계약이 체결돼 동남아에서 촉발된 유동성 위기가 국내로 전염되는 한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지난 97년 초, 한국의 7개 기업이 J.P 모건과 태국 바트화를 연계로 한 `토털 리턴 스왑(TRS)`계약을 맺는다. 모건에 의해 `프로맥스 딜`로 이름 붙은 이 계약은 바트화의 안정성을 전제로 했을 때만 수익이 보장, 폭락 시 천문학적인 손실이 예고돼 있었다. J.P 모건은 당시 국내 기업들에게 `30%의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으며 바트화의 폭락 위험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무렵 국제 금융자본은 바트화에 대한 1차 `투기적 공격`을 개시한 상태였고, 당시 가장 많은 바트화 채권을 갖고 있었던 업체가 다름아닌 J.P 모건이었다. 이 거래의 결말은 국제 파생상품 계약 사상 최대의 손실로 기록되며 보증 은행을 포함한 관련 국내기업 9개가 공중 분해되거나 매각ㆍ합병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98년 뉴욕과 서울에서 9개의 소송이 진행됐지만 신인도 하락과 퇴출 압력을 견디다 못한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중도에 소송을 포기하고 만다. 유일하게 법적 공방을 계속했던 대한생명은 지난 11월24일 미국 연방 법원으로부터 `J.P 모건이 손실금의 일부인 2,600만 달러를 반환하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이는 국제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된 분쟁 역사상 피해자가 재판을 통해 승소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된다. 제작진은 “계약과 소송에 관련된 2,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를 단독 입수했으며 동남아 5개국과 미국을 현지 취재했다”며 “모건의 손실 범위는 제한적인 반면 한국 기업들의 손실 범위는 무제한적인 등 불공평한 계약이었다”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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