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말고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나오는지도 모르겠어요.(서울 왕십리의 43세 송모씨)"
"선거 때만 허리 숙이고 당선되면 도통 뭐하는 건지 알 수 있나요.(서울 여의도의 37세 박모씨)"
6·4 지방선거가 불과 9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여전히 후보들을 제대로 안다는 유권자가 드물어 깜깜이식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광역 비례의원, 기초 비례의원, 교육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몇 번의 투표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유권자도 태반이다.
이번 선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서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 풀뿌리 행정과 교육을 책임지는 선량들을 뽑는 선거이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에 비해 투표절차도 복잡할 뿐더러 관심도 떨어진다. 중앙선관위 조사결과 10명 중 4명 이상이 기권하거나 투표하더라도 누구인지 제대로 모르고 도장을 찍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출사표를 던진 8,994명(3,952명 선출) 중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까지 포함해 전과자가 40%에 달하는데도 말이다.
문제는 깜깜이식 선거의 결과가 이제는 고질병이 되다시피 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부패나 예산낭비, 지자체와 산하기관의 부적절한 인사 독식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 기초단체장의 경우 부정을 저지르다 감옥에 가거나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나는 경우가 20%가량 된다. 지방의원들 역시 감시기능은 부실하게 하면서 '끼리끼리' 나눠 먹는 부패구조에 편입되는 경우가 많다.
유권자들이 반드시 투표하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감시의 손길을 거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제한된 정보를 갖고 옥석을 가리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것은 국민들과 유리된 채 후보들을 내놓고 골라 달라고 한 여야 정당의 책임이 크다.
집으로 배달되는 선관위 후보자 정보를 보면서 최선의 후보보다 차선의 후보, 최악의 후보보다 차악의 후보를 뽑아야 그나마 불완전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길이다. "투표한다고 세상이 바뀌나. 놀러나 가야겠다(서울 역삼동의 28세 이모씨)"는 정치 무관심은 결국 독버섯을 낳을 뿐이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은 새롭게 태어날지, 구태에 머무를지 갈림길에 서 있다. 그것은 정치권에만 책임을 돌릴 문제가 아니다. 유권자들이 '참일꾼'까지는 아니더라도 '쭉정이'는 골라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