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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SectionName(); [거인에게 길을 묻다] "호암은 한국 자본주의의 아버지" ■ 야나기마치 이사오 게이오大교수 인터뷰 도쿄=신경립기자 klsin@sed.co.kr 야나기마치 이사오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호암을 한국 제조업의 기초를 닦은 '한국 자본주의의 아버지'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한국경제가 급성장기를 맞은 지난 1980년대부터 한국의 기업, 특히 삼성과 그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회장을 연구해온 야나기마치 이사오(柳町功ㆍ49ㆍ사진)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교수는 게이오대 도쿄 미타(三田) 캠퍼스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호암의 경영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는 가운데 일본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호암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그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경쟁력의 원천은 호암의 독창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젊은이들이 삼성의 DNA를 다시 이해하고 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야나기마치 교수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호암 경영철학의 근본은 '기업은 사람'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인재경영, 그리고 기업경영의 근저에 깔린 '사업보국'의 국가의식이다. 그는 "어느 기업에나 사람을 중요시하는 인식이 있지만 호암의 인재경영은 사업활동을 통해 국가에 기여하겠다는 사업보국 사상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호암은 단순히 사람을 중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발전에 공헌한다는 의미에서 사람을 중시했다는 얘기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호암은 인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그가 다른 차원에서 국가에 공헌한다면 그 또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호암의 인재경영을 이해하려면 국가 전체를 위해 활약하는 인재를 배출한다는 그의 철학부터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광복과 6ㆍ25 이후 해외원조와 무역에만 의존하던 한국의 경제상황에서 제일제당을 일으켜 한국 제조업의 막을 연 행보도 경영사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호암은 생산활동의 중요성을 인식해 한국 제조업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라며 "상업자본에서 산업자본으로의 변환을 일으킨 선구적인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면에서 야나기마치 교수는 호암을 일본 미쓰비시(三菱) 창업주인 일본 재계의 거인 이와사키 야타로(岩崎弥太郞)와 '일본 근대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옛 다이이치칸교(현 미즈호은행) 설립자 시부사와 에이이치(渋沢榮一)와 비교한다. 그는 "호암은 인재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미쓰비시 총수인 이와사키, 전통과 합리주의를 접목하는 경영철학과 시대의 요구에 맞는 다각적인 기업을 설립해 국가경제를 이끌어갔다는 점에서는 시부사와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시부사와는 대장성 관료 출신에서 대형 기업을 설립한 인물로 대장성 관료시절 수백개에 달하는 일본 대기업 설립에 기여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그런 점에서 호암은 한국 자본주의의 아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나기마치 교수는 이 같은 호암의 경영을 본보기 삼아 현재 대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호암에게 사업의 기준은 국가에 이익이 되고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였다"며 "같은 맥락에서 한국 대기업은 남다른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토대로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처럼 한국 대기업 역시 당장 이익이 되지는 않더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포용력을 갖고 이들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에 대해서는 보다 높은 경영자 윤리의식과 독창성을 요구했다. 그는 "지금의 삼성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비중과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삼성 총수는 다른 경영자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은 물론 국가뿐 아니라 전세계에 공헌한다는 인식으로 경영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혁신적인 상품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삼성의 성공요인은 표준화된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해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과거 워크맨이나 아이팟ㆍ컵라면처럼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남에게 배워 카피를 하던 데서 벗어나 남의 본보기가 되는 독창적인 길을 가는 것이 앞으로의 삼성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야나기마치 이사오 교수는 삼성을 비롯한 한국 재벌기업 연구에 정통한 대표적인 일본의 경영학자다. 게이오대 상학부를 졸업한 후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한국, 특히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대기업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게이오대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1988년부터 2년간 연세대 대학원에서 유학생활을 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 경제성장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호암 등 재벌 총수의 활약과 대기업 지배구조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왕성한 연구활동을 지속해왔다. 현재 일본에서 한국 기업경영사와 지배구조를 전공하는 교수들과 공동학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경제 대부' 거인에게 길을 묻다]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