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7월 19일] 북한의 또 다른 대남테러
정영태(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 정부가 출범한 후 북한 당국은 대남 비난과 위협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새 정부 대북정책 ‘비핵ㆍ개방ㆍ3000’에 대한 비판을 시작으로 한미 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Key Resolve)’를 겨냥, “비싸게 마련한 대응타격으로 맞받을 것”이라 위협하는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의 발언이 나왔다.
이어 북한의 장성급 군사대표 명의의 통지문(지난 3월29일)을 통해 남한의 합참의장을 겨냥해 “우리(북한) 군대는 남측이 시도하는 사소한 선제타격 움직임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위력적인 우리식의 앞선 선제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공개적인 선전포고’에 가까운 위협을 가했다.
이에 더해 북한 당국은 중앙통신 논평(5월 8일)에서 남한의 이명박 정권의 적대시 정책으로 군사적 긴장과 대결만 격화돼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군사적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면 충돌은 일어나게 되며 그것은 다시 제3의 서해교전, 제2의 6ㆍ25전쟁으로 번지게 될 것”임을 천명하기에 이르렀다.
또 북한은 남북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6월22일)를 통해 3통(통행ㆍ통신ㆍ통관)합의를 포함한 남북합의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이틀 뒤 6월24일부터 오전시간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이 남측으로 인력과 물자를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등 전방위적인 대남 압박을 가했다.
북한은 이미 3월27일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남한 당국자 11명을 추방한 후 북한 군대가 우리 당국자의 국경출입통제를 실시함으로써 사실상의 대남 압박을 통한 한반도 위기조성에 돌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와중에서 7월11일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건은 남북한 긴장조성을 위한 북한의 ‘의도된 행위’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 7월16일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전한 북한군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초병(북한군)이 박씨(숨진 관광객)를 경계(펜스) 넘어 800m 지점에서 발견하고 ‘움직이면 쏜다’고 외쳤으나 그대로 도주, 추격거리가 오히려 벌어지자 사격을 했다’고 한다.
이 조사 내용에는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고귀한 인명을 가볍게 여기는 북한군의 처사에 치가 떨린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한 교류협력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 채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 관광객의 대부분은 관광이라는 단순한 목적에 통일염원을 더해 금강산으로 떠날 것이다.
그런 만큼 그들은 더욱 감상에 젖을 수도 있기에 일탈적 행위도 그만큼 많이 일어날 수 있다. 그동안 관광객들의 이러한 일탈적 행위에 대해 북한 당국은 벌금을 부과하거나 경고하는 수준에서 처리함으로써 금강산 관광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관광객은 날로 늘어났다.
그런데 갑자기 금강산 관광객에게 총격 사살이라니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두렵기까지 하다. 군사분계선도 아니고 단순히 금지 지역을 넘었을 뿐인데 총질로 응대한 것은 분명 북한의 ‘의도된 행위’가 아닌가. ‘의도된 무력행위’로 단정할 경우 그것은 북한의 또 다른 ‘대남테러’로 치부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테러리스트 지원국가’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 북한 당국이 이번 총격 사망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수많은 펜스가 쳐져 있는 금강산 관광은 분명 ‘지뢰밭 관광’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금강산 관광은 지속되기 어렵다. 북한 당국이 한시라도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전제되는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의 지속은 곧 우리 국민들이 ‘위험 지역’에 진입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나서야 한다. 북한은 즉각 남북합동조사에 응하고 조사 후 엄중히 사과하고 관련자 처벌과 함께 재발방지대책과 관광객 신변안전을 위한 보장조치 마련에 앞장설 것을 촉구한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