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제3보(35∼58)


흑35와 37은 일단 이렇게 활용해서 나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그 다음이 퍽 어렵다. 박영훈은 여기서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39 이하 43으로 수습했는데…. "무얼 그리 오래 망설였지?" 복기 시간에 물어보았더니 박영훈은 심히 겸역쩍은 얼굴로 뒤통수를 긁다가 대답했다. "버리고 둘까 하고 생각하다가 용기가 나지 않아서 실전처럼 두었어요. 하지만 역시 버리고 두는 게 정수였을 거예요.‚ 버리고 둔다면 참고도의 흑1, 3으로 틀어막고서 상변을 가로 보강하는 길이다. 그러면 백은 상변을 부수기 위해 나 또는 다로 게릴라를 투입할 것이고 흑은 그 게릴라를 꼭 섬멸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잡는다는 보장이 없어서….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 길로 가는 것이 정수일 것 같긴 한데…. ?다음?똑같은 장면이 나오면 버리고 두게 될까?‚ ?어려?질문이군요. 으음…. 실전처럼 살리고 두게 되겠지요. 아이러니지만….‚ 백44가 멋진 착상이었다. 흑으로서는 45로 씌우지 않을 수 없는데 시에허는 백44를 직접 움직이지 않고 세 방면에서 이용했다. 백46으로 붙여 활용하고 백54로 밀어 활용하고 56으로 다음에는 56으로 육박하여 또 활용했다. 멋진 사석작전이었다. /노승일·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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