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포커스/실전투자전략] 현금흐름 읽는 법

매출액이 얼마나 늘어나고 순이익은 얼마나 되는지, 부채규모는 적정한지, 꼼꼼히 살펴봐야할 부분이 많다.그러나 단순히 매출과 이익만 가지고는 기업의 참모습을 보기 어렵다. IMF이후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는 기업의 외형이나 수익규모에서 기업이 어떻게 이익을 내고 이익 구조는 얼마나 건실한가로 바뀌고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기업의 현금흐름을 분석함으로써 투자기업을 새롭게 조명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익의 환상 자본금 200원으로 설립된 A라는 신발 제조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100원으로 신발 제조기계를 구입하고 나머지 100원으로 신발제조용 원재료를 구입했다. A회사는 신발을 만들어서 120원에 외상판매했다. 신발 제조기계는 매년 기계값을 원가에 반영해 나가야하는데 이것을 감가상각비라고 한다. 기계 수명을 10년이라고 하면 이 회사는 매년 10원씩 기계값을 상각해 나가야 한다. 이제 A기업의 이익금액을 계산해 보자. 매출액은 120원, 원재료비는 100원, 기계감가상각비는 10원이다. 매출액에서 각종 비용을 제하면 10원의 이익이 남는다. 매출액에 대한 순이익의 비율은 8.3%에 달한다. 이 정도면 수익성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A기업을 현금흐름의 측면에서 보면 좀 달라진다. 회계연도가 시작됐을 때 이 회사에는 200원이라는 현금이 있었다. 연말에는 현금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순현금흐름이 -200원이 된 것이다. 현금이 200원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200원의 의미를 세밀히 살펴보자. A기업은 영업활동으로 당기순이익 10원이 들어왔다. 감가상각비 10원도 실제로는 현금유출없이 비용 처리했으므로 현금이 유입된 것으로 본다. 외상으로 물건을 팔았기 때문에 판 물건값 120원은 현금유출로 계산한다. 이 기업은 결국 영업활동에서 -100원을 기록했다. 이제 투자활동을 살펴보자. 이 기업은 기계장치를 사는데 100원을 썼기 때문에 여기서도 -100원이 된다. 정리하면 A사는 자본금 200원을 다 쓰고도 현금은 하나도 없게 됐다. 현금흐름의 측면에서는 보면 심각한 현금유출이 있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질적인 분석이 중요하다 매출액, 순이익만 읽어보면 A기업은 상당히 훌륭한 기업이다. 정상적인 매출에 정상적인 이익이 발생했고 부채도 전혀 없다. 수익성도 좋다. 그러나 현금흐름을 분석해보면 A기업은 문제적인 기업이 된다. 이렇게 A기업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은 이익의 질적 분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만 가지고는 매출과 이익의 질적 분석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 A기업은 외상으로 120원어치 물건을 팔았기 때문에 10원의 이익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이다. 만약 A기업의 물건을 사간 B백화점이 부도를 내서 물건값을 110원 밖에 회수하지 못한다면 그나마 순이익 10원도 날라가 버린다. 1년 내내 왕성한 기업활동을 했지만 결국 이익을 하나도 내지 못했다. 자칫 A기업은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재무제표상으로는 흑자인데 도산하는 기업이 종종 있는데 A기업이 바로 이같은 위험을 내포한 기업이다. 대부문 이익창출능력과 현금창출능력은 비례한다. 일단 외상으로라도 물건을 만들어서 팔아야 기계가 돌아가고 자금이 회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외상값이 제때 정확하게 회수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무제표를 읽을 때 현금흐름표를 꼼꼼히 살펴보면 기업의 보이지 않는 이같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정명수기자ILIGHT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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