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어온 한국합섬이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해 23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500인 이상 종업원을 거느린 대기업이 회생절차를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합섬의 한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254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노조 파업이 두 달을 넘기고 전력요금 체납에 따른 단전상황도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아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이날 밝혔다. 노사 양측은 지난 20일까지 노동부 중재 아래 협상을 벌였지만 임금삭감 등의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한국합섬은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는 바람에 3월11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계열사 HK도 이번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한때 국내 폴리에스테르 생산 2위 업체였던 한국합섬은 지난해 53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으며 체불임금액 59억원, 체납 전력요금 40억원, 원료대금 700억원 등 약 2,700억여원에 달하는 채무를 갚지 못하고 있다. 회생절차 개시신청은 자력으로 공장을 재가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때 취할 수 있는 조치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으로 선임돼 경영권이 보장되고 채권자의 권한이 조정돼 기업을 회생시키도록 돕게 된다. 반면 법원이 기각하면 사실상 파산절차가 불가피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