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라이프] 한국판 스티븐호킹 꿈꾸는 4총사

『사이버 공간에서는 휠체어 없이도 가고싶은 곳이면 세계 어디나 갈 수 있어요.』경기도 안산시 사2동 1273번지에 자리잡은 장애인 학교인 명혜학교. 이 곳에선 「한국의 스티븐 호킹」을 꿈꾸는 장애 청소년들이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배준후(20·고2)·허순영(17·고2), 김영웅(20·고3)·김준호(21·고2). 이들은 최근 SK텔레콤이 연 제1회 장애청소년 정보 검색대회에서 나란히 대상과 금상을 차지했다. 뇌성마비인 준후. 평소에도 팔과 얼굴이 자꾸만 뒤틀린다. 긴장을 하면 할수록 더욱 심해진다. 그러나 준후는 컴퓨터만 대하면 정상인들보다 더욱 빨리 움직인다. 키보드는 오른쪽 손으로만 만질 수 있다. 하지만 큰 불편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볼마우스가 너무 작아 다루기가 불편하다』며 『장애인을 위한 대형 볼마우스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준후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컴퓨터를 다뤄 벌써 10년째 컴퓨터와 생활하고 있다. 올들어선 처음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기 시작했다. 얼마나 즐거웠던지, 얼마전 친구들에게 인터넷을 설명하다 몸이 마비돼 병원에 실려가기까지 했다. 영웅이는 키가 90㎝에 몸무게도 25㎏밖에 되지 않는다. 다리가 없다. 척추는 휘어 있어 오래 앉아 있으면 격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10여차례나 수술을 받아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그러나 영웅이는 『인터넷을 이용해 한국의 장애인들을 대표하는 단체를 만들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장애인 정보검색대회에 나가려고 인터넷 게임방에서 1시간당 1,500원씩 주고 연습까지 했다. 집에서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데다 부모님의 전화 사용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다. 몸이 불편한 것은 준호와 순영이도 마찬가지. 친구들과 잔디밭에서 공을 차보는 것이 이들의 소원이다. 컴퓨터는 이들에게 현실세계에서 얻지 못하는 자유를 안겨줬다. 컴퓨터로 음악을 다운받아 듣고, 친구도 사귄다. 채팅도 하고 게임도 한다. 휠체어를 탔다는게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네사람은 명혜학교 컴퓨터실에서 늘 단짝이다. 순영이는 요즘 인터넷에서 컴퓨터 그래픽 관련 사이트를 즐겨 찾는다. 글을 잘쓰는 영웅이는 문집 발간을 위해 씨름하고 있다. 정보검색대회에서 대상과 금상을 차지하는 날. 네사람은 얼싸안고 함께 울었다. 기쁨 이전에 친구 민교가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들의 친구 정민교는 대회 참가를 함께 준비하다 병이 악화돼 저세상으로 먼저 떠났다. 순영이는 『언젠가는 인터넷으로 하늘나라에 있는 민교와 채팅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 학교 교장인 박계순(에메리따)수녀는 『몸이 불편하니 컴퓨터가 주는 자유로움이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한다. 박수녀는 『지금까지 장애학생들이 졸업후 목각이나 전자제품 조립 관련 회사에 주로 취직했다. 하지만 정상인 못지 않은 컴퓨터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많다. 앞으론 정보통신분야 진출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나직히 말했다. 지도교사인 조두년(36)선생은 『특수학교에 대한 정보화 지원은 뒷전에 밀려 있다』며 『정상인들보다 컴퓨터를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장애인들에게 통신요금을 감면해 주는 등 사회적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백재현 기자 JHYUN@SED.CO.KR 사이버세계에는 「휠체어」가 없다.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인터넷 바다에서 항해하면 자유를 느낀다. 제1회 장애 청소년 정보검색대회에서 대상과 금상을 차지한 명혜학교의 배준후 허순영 김영웅 김준호군이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