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는 많은데 차관급등 자리는 줄고… 쟁쟁한 1급 공무원만 15명 다른 부처보다 3배나 많아 장·차관 등 '승진문' 좁아져 치열한 생존 경쟁 불가피
입력 2009.08.13 17:33:56수정
2009.08.13 17:33:56
대한민국 경제 분야 최고 수재들의 집합처인 기획재정부가 별들의 전쟁터가 돼가고 있다. 기라성 같은 1급 고위공무원만 15명으로 타부처의 세 배이지만 승진 문은 좁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통합돼 장ㆍ차관 자리는 줄고 기존 차관급 자리마저 민간인사로 채워 공룡 부처 기획재정부의 대표 선수들은 그야말로 적자생존의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개각을 앞둔 과천 기획재정부 건물에서는 당장 차관 자리에 앉혀도 손색 없는 내부 인사가 7~8명은 된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흘러나온다. 우선 청와대로 파견된 이수원(행시 23회) 비상경제상황실장, 임종룡(24회) 경제비서관, 김동연(26회) 국정과제비서관이 승진 0순위로 꼽힌다.
이 실장은 7개월째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비상경제계획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지난해 기획재정부 기획실장을 지내며 주요 정책 입법화에 총대를 멘 임 비서관은 경제ㆍ금융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행시 기수는 늦어도 임 비서관보다 앞서 경제비서관을 지낸 김 비서관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에 참여한 공신이다.
기획재정부 내 6명의 1급 중에도 소위 ‘4대 천왕’이 있다. 부처 간 정책 조정을 총괄하는 노대래(23회) 차관보와 금융위기의 소방수로 국제 금융계에서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한 신제윤(24회) 국제업무관리관, 정부의 모든 지출과 수입을 각각 주무르는 류성걸(23회) 예산실장과 윤영선(23회) 세제실장이 그들이다. 이들 모두 윗사람의 깊은 신임을 받고 있다.
까다로운 조정 업무를 순탄하게 이끌어온 노 차관보와 온갖 폭탄을 안고 있는 세제 업무를 무난하게 처리해온 윤 실장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교 후배로 최측근이다. 경북고를 나온 류 실장은 기획재정부의 대표적 TK 실세이고, 신 관리관은 전 기획재정부 장관인 강만수 경쟁력강화위원장이 ‘최고 관료’로 칭하고 MB도 그를 위기에 몸을 던지는 몇 안 되는 관료로 높이 살 정도다.
그러나 이들 7명이 치고 올라갈 자리는 만만치 않다. 윤 장관을 비롯해 허경욱ㆍ이용걸 기획재정부 1ㆍ2차관은 임명된 지 6개월가량 됐을 뿐이다. 기획재정부의 외청인 통계청은 민간 전문가가 7월 청장을 꿰찼고 관세청은 갈수록 내부 승진 압력이 커가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능력뿐 아니라 경제위기 돌파에 공을 쌓은 1급들이 타부처의 3배가 넘지만 자리는 줄어 장관은 물론 차관급 승진도 경쟁률이 급등했다”고 푸념했다.
고참 1급들도 마음고생이 심하지만 이들의 바로 뒤에는 쟁쟁한 후배 1급들이 포진해 있다. 최종구(25회) 경쟁력강화위 추진단장, 장영철(24회) 미래기획위 추진단장, 우기종(24회) 녹색성장위 추진단장, 김근수(23회) 브랜드위 추진단장 등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총괄하는 4대 단장과 총리실 수석 1급인 육동한(24회) 국정운영실장이 청와대 혹은 본부 영전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다.
김교식(23회) 기획재정부 기획실장과 이성한(24회) FTA대책본부장, 사실상 1급으로 한나라당에 적을 두고 있는 김화동(24회) 수석전문위원도 기회만 있으면 승진 경쟁에 가세할 태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요직에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많지만 마땅히 (승진) 인사를 할 곳은 많지 않아 타부처에서 중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수만 국방부 차관, 조원동 총리실 사무차장, 배국환 감사원 감사위원, 김대기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기획재정부가 고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