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수연 아버지 장귀선씨

장수연 부친 장귀선씨 “내 실수로 가슴 아프지만 딸에게 좋은 경험 되길”

장귀선씨가 5일 경기 도중 장수연과 함께 퍼트라인을 살피고 있다. 이호재기자

“다시는 캐디 안 할 겁니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장귀선(52) 씨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훨씬 밝았다. 자책감으로 불면의 밤을 보냈겠지만 오히려 아버지를 걱정하는 딸을 위해서라도 애써 기억을 떨치려는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졌다. 장 씨는 지난 5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현대건설 서울경제 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뼈아픈 실수를 했다. 딸 장수연(16ㆍ함평골프고1)의 캐디로 나선 그는 15번홀에서 두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자 볼 근처에 무심코 골프백을 내려놓았다. 이 일로 다 잡았던 우승컵이 허망하게 날아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갤러리 제보로 골프백이 플레이 선과 가깝고 홀 쪽을 향하게 세워져 있었던 사실(규칙 8-2. 플레이 선 지시)이 확인돼 2벌타를 받은 장수연은 2타 차 2위였던 이정은(22ㆍ호반건설)과 연장전 끝에 준우승에 그쳤다. “규칙 위반 사실을 듣는 순간 ‘다 내 잘못이구나’ 하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는그는 “그 순간에는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이 상했지만 ‘다 내 불찰’이라고 마음 먹으니까 곧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어리고 아마추어니까 빨리 털어버리는 게 우리 ‘애기’한테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애기’라고 부르는 사랑스런 딸의 우승을 가로막았다는 자책감은 내심 “죽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마음의 짐을 덜어준 건 다름아닌 딸이었다. 장수연은 허탈감에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지만 곧 미안해하는 아버지에게 “괜찮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위로했다. 사실 아버지로서는 다른 것도 아닌 룰 위반으로 딸의 우승을 놓친 점이 못내 아쉽다. “수연이는 어리지만 자신에게 엄격한 아이입니다. 중학교 2학년이던 2년 전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 둘째 날 1등을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몇 홀을 남기고 어프로치 샷을 하다가 ‘투 터치(한 번의 샷에서 볼을 두 번 이상 치는 것ㆍ1벌타)’를 했다고 자진 신고해 결국 우승을 못했을 정도인데….” 장 씨는 구력 17년에 8언더파가 베스트 스코어인 실력파 아마추어 골퍼다. 지금까지 세 차례 딸의 캐디를 맡았던 그는 “수연이가 프로가 된 후에도 다시는 백을 메지 않겠다. 두 번 다시 딸에게 대죄를 지을 수는 없다”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우승자 이정은에게는 진심 어린 축하의 말을 건넸다. 이정은과 장수연은 호반건설을 매개로 절친한 사이다. 장수연은 ‘호반건설 골프장학생’으로 지난 1년간 골프장 이용과 장학금 등의 지원을 받았다. 장씨는 “(이)정은이가 우승해 기분이 확 풀렸다”며 “둘 다 좋은 성적을 내서 회사측에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은 것 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딸이 더욱 성장하길 바랄 뿐이다. “매일 반복되는 고된 훈련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눈에 밟혀 더욱 미안한 마음입니다. 아마추어 최고 영예인 프로대회 우승은 이루지 못했지만 좋은 경험으로 삼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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