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弱달러 기조 재확인..환율하락 가속화 우려

원/달러 환율 급락을 불러온 미국 달러화 약세 기조가 앞으로 한층 강도를 더할 것으로 보여 환율 하락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독일 베를린에서 20일 개최된 서방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서 참석자들은 `환율의 급격한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론적 입장만 나타냈을 뿐 달러 약세 문제에 관한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모호한 입장이 특징인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달러 약세의 불가피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일대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자신의 집권 2기에 강한 달러 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는정치적 제스처일 뿐, 기조적인 달러 약세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세계 금융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그린스펀까지 가세한 환율전쟁 외신들에 따르면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19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금융인 회의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커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매각과 그에 따른 달러화 가치 하락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이번 발언은 존 스노 재무장관이 최근 "달러약세가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감축하는 데 도움이 되며, 미국은 '강한 달러' 정책을 지지하지만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APEC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재정적자 해소와 강한 달러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미국 경제정책의 수뇌부들의 기본 입장은 달러 약세를불가피한 대세로서 용인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애매모호한 표현을 주특기로 해온 그린스펀 의장의 달러약세 요인 발언은유럽 등 여타국가들을 당혹스럽게 했으며, 앞으로 미국이 더욱 노골적으로 달러 약세 기조 속에 아시아 각국 통화의 절상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 직후 19일 뉴욕시장에서는 달러화의 가치는 1995년 이래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엔/달러 환율은 103엔선이 맥없이 붕괴됐다. ◆성과없이 끝난 G20 회의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20일 베를린 회담에서 환율과 유가의 급격한 변화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으나 미국의 달러 약세를 저지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회의 의장국인 독일의 한스 아이헬 재무장관은 환율에 급격한 변화를 원치 않는다면서 미국의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그러나 시장개입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 주류를 이뤘으며 달러화 약세를막기 위한 유럽과 일본 등의 공동입장 표명도 없었다. 애초 G-20 회의의 공식 의제에 환율문제가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달러화약세에 관한 대응이나 위안화의 변동환율제 문제 등에 관해 공식적인 논평도 나오지않았다. 특히 유럽진영은 미국이 재정적자 해소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나머지 국가들의구조조정을 주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하고 있으나, 일본은 미국의 아시아통화 평가절상 압력이 중국 위앤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는 등 서로 이해관계에 따라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 원/달러 환율 추가하락 불가피할 듯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이렇다할 성과없이 끝난 데다 그린스펀 의장의 달러 약세 용인 발언으로 앞으로 원화환율의 하락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연구위원은 미국의 최근 태도로 보면 달러 약세쪽으로이미 입장이 정해졌기 때문에 엔/달러, 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정우 대신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그린스펀의 발언으로 미뤄 향후 원/달러 환율이 1천원대 밑으로 떨어져 세자릿수가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달러 약세에 대한 미국정부의 의지가 워낙 굳건하기 때문에 내년까지도 원화 강세가 지속되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있다"면서 "외환시장도 심리적 불안감이 가중될 경우 투매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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