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남진(南進)'이 거세다. 숙원사업인 서울 잠실의 초대형 복합쇼핑타운 사업이 마무리단계로 들어서자 곧바로 진로를 남쪽으로 맞추고 수도권 이남 거점지역을 본격 공략하고 있다.
롯데몰 수원점이 오는 8월 개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경기도 오산 복합몰 건립 계획을, 지난 3일과 7일에는 과천과 의왕에 또 다른 롯데타운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연이어 발표됐다. 숨돌릴 틈 없는 파상 공세다. 경기도 남부권은 젊은 층 인구비율이 높은데다 소득수준도 높은 편이어서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 상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업 부지의 투자 효율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며 롯데가 상권 선점을 위해 무리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롯데쇼핑은 의왕백운PVF(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와 의왕시 학의동 그린벨트 해제지역인 백운지식문화밸리 내 10만4,000㎡ 부지 매입약정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롯데쇼핑은 2017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11만6,000㎡, 영업면적 6만6,000㎡ 규모의 복합쇼핑몰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노윤철 롯데백화점 신규사업부문장은 "의왕 쇼핑몰을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대표 랜드마크로 개발할 것"이라며 "가족들이 쇼핑과 문화생활은 물론 백운호수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의왕은 주변에 거주 인구가 400만명에 달하고 서울외곽순환도로, 과천-의왕 고속도로 등과 인접해 접근성이 높아 상권 가치가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앞서 롯데자산개발은 지난주 과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경기도 및 과천시, 경기도시공사와 손잡고 과천시 과천동 일원 18만5,000㎡에 2018년까지 광역복합문화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4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서울경마공원, 국립과천과학관, 서울대공원, 국립현대미술관 등이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지역 시설과 유기적으로 연계할 복합쇼핑문화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롯데쇼핑과 롯데자산개발의 잇따른 쇼핑몰 프로젝트로 롯데의 경기 남부 사업 지역은 수원, 오산, 과천, 의왕 등 네 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사업 예정지를 이어보면 서울 강남에서 시작해 과천~의왕~수원~오산으로 남진하는 형국이어서 롯데는 복합몰 상권을 국토의 세로 중심축 형태로 선점하게 됐다.
하지만 롯데의 영토 확장 전략에 대해 업계 일부에서는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의왕의 경우 신세계그룹이 지난해까지 복합몰 개발을 추진해왔던 사업부지였으나 의왕도시공사와 토지공급 약정 체결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신세계가 최종적으로 투자를 포기한 곳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토지 매입 비용이 초기 예상보다 20% 이상 늘어나면서 총 투자금액도 4,000억원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분석됐다"며 "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사업계획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과천 부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 곳은 과천시가 지난해 5월 민간사업자 공모를 진행했으나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이 없어 무산 직전까지 갔던 곳이다. 의왕과 과천이 지리적으로 너무 인접해 롯데 내부에서도 중복 투자가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각 지역이 수도권의 교통요지에 있다"며 "지리적 장점과 롯데의 노하우를 이용해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