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신용카드업 개선안 발표이후금융감독원의 신용카드업 개선안에 대해 기존 카드사들은 '올 것이 왔다는'반응을 보이면서도 앞으로 내실 경영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카드사의 최대 수익원인 현금서비스 한도를 크게 줄인데다 소비자 피해책임을 상당 부분 업체에 떠넘긴 점은 카드업의 경영 수지에 치명타를 안겨 줄 전망이다
◇카드 영업 제한
카드업계는 예상보다 규제 강도가 훨씬 커졌다면서 '관치 금융'부활까지 거론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문계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에다 회원 모집 제한까지 겹쳐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유예기간을 두긴 했지만 일반 신용판매와 자금 대출 규모를 절반씩 운용토록 제한한 것은 가장 큰 타격이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전체 수익의 70%를 현금 서비스로 올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젠 작년처럼 떼돈을 벌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대출 한도를 제한한 것은 시장 원리를 무시한 처사"라면서 "소비자들의 수요를 강제로 제한한다면 사금융 부활 등 적잖은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았다.
◇신규 추진사의 반응
SK 등 카드사들은 오랜 숙원 사업이 해결됐다면서 이번 조치를 일단 환영하는 표정들이다. 다만 모기업이 15만명의 금융 거래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나 출자금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롯데그룹의 경우 현재 캐피탈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의 최대 수혜자로 분석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일찍부터 독자 카드 사업 진출을 희망해 왔다"면서 요건을 갖추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SK나 현대측은 오히려 요건이 강화된 점이 많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 그룹은 출자총액 한도 제한이나 고객 확보 등의 걸림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은행과 대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점이나 자회사인 SK캐피탈을 통한 고객 확보 등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시장 진출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에선 신규사들이 지방 은행 등을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외환이나 동양카드 등 매물로 시장에 나온 카드사들도 앞으로 M&A(인수ㆍ합병)작업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협상이 지속되더라도 프리미엄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전망
이번 조치로 카드시장은 명실상부한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
기존사와 신규사, 외국계 카드사들이 한데 어울려 치열한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비씨카드의 회원 은행들도 분리 작업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수수료 인하나 서비스 강화 등 적지 않은 혜택을 입게 될 전망이다. 서영경 서울YMCA 팀장은 "정부의 조치는 때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하다"면서 "카드사들도 이젠 내실 경영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상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