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이어 넉 달만에 반세기 넘게 헤어져 살았던 남과 북의 혈육들이 만나면서 금강산이 다시 한번 눈물 바다를 이뤘다. 27일 오후 금강산 김정숙휴양소에서 남측 이산가족 100명과 동행가족 10명이 각각 북측의 아내와 자녀, 형제, 자매, 조카들과 감격적인 상봉을 가졌다. 남측 이산가족 최고령자인 어순덕(102) 할머니는 53년만에 딸 정완옥(56)씨의 손을 잡고 북받치는 눈물에 말을 잇지 못했으며, 101세의 박영철 할아버지는 1.4후퇴 당시 북에 남겨두고 온 둘째아들 박영준(65)씨를 만나 `부자의 정`을 나눴다. 사흘뒤 돌아오겠다던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국군에 붙잡혀 거제도 포로수용소 생활을 했던 김신채(83) 할아버지는 반백이 된 아들 병선(60)씨를 껴안고 감격의 눈물을 삼켰으며 북측 아내 김화실(83)씨의 손을 잡고 놓을 줄 몰랐다. 36년전 납북된 외아들 윤경구(55)씨와 북에서 결혼한 며느리, 손자.손녀를 만난 이강삼(76) 할머니는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있다니.."라고 흐느꼈으며 아들 경구씨는 "어머니, 어머니"라고 오열했다. 50년 9월 유엔군의 북진때 인민군에서 탈영한 뒤 남으로 피신했던 이석렬(80) 할아버지가 북측의 아내 최용녀(75)씨를 보자 "얼마나 고생이 많았소"라며 안타까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자 아내 최용녀씨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1.4 후퇴때 국군을 따라 피난 내려온 이득범(83) 할아버지는 세 아들이 기다리는 테이블에 앉자마자 "어머니는 어디에 있니"라며 함남 갑산에 두고 온 아내 이춘옥(85)씨 부터 찾았으나, 운신이 어려워 못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워했다. 가족보호자로 부부가 함께 방북하는 행운을 잡은 장수근(90) 홍계순(84)씨 부부는 6.25때 북에 두고 내려온 아들 충희씨(60) 부부와 딸 희숙씨(63)를 만나 "부모없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독거노인인 전응오(85) 할머니는 53년만에 만나는 아들 박운진(65)씨에게 "나는 돌아가도 혼자사는 몸이다" "이제라도 함께 살면 좋으련만..."이라고 되뇌어 주위를 안타깝게했고, 아들 운진씨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만 떨구었다. 아버지가 교수로 있는 평양 음대를 졸업한 뒤 국방부 정훈국 합창단으로 활동하다 국군을 따라 남으로 내려왔던 황혜경(72) 할머니는 집을 떠나올 때 팔을 붙잡고 "언니 혼자가서 어떡해"라며 울먹였던 여동생 황혜도(69)씨를 만나 오열했다. 단체상봉에 이어 남북 이산가족들은 같은 장소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상봉단은 28일 오전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해금강호텔에서 개별 상봉이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