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저축은행 예보기금, 이자감면반대"

"저축銀 피해 고객에 전가" 정부방침에 반발


정부가 저축은행의 예금보험기금(예보기금) 계정이 바닥을 드러내자 은행 계정에서 자금을 빌려주면서 그 돈에 대한 이자를 일정기간 감면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은행들이 정면 반발하고 있다. 15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미 자금이 바닥난 저축은행 예보기금 계정이 은행 등 다른 금융권 계정에서 자금을 차입하면서 이자를 일정 기간 동안 감면받을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가 근거를 마련하자 은행들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본지 6월3일자 8면 참조 은행들은 지난 11일 은행연합회에서 수신담당자 회의를 열고 지난달 28일 입법 예고된 금융위의 ‘예금자보호법 개편안’에 대해 입법예고 시한인 이달 17일까지 의견을 수렴해 반대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현재 은행들은 저축은행계정에 1조1,484억원의 자금을 연 5% 안팎의 금리로 빌려준 상태다. 금융위가 입법 예고한 개편안에 따르면 예보기금 내의 은행·보험·증권·저축은행 계정이 서로 자금을 차입하더라도 10년 동안 이자를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는 의견 수렴,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7~8월께이같은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쌓은 예보기금 적립금은 은행 돈이 아니라 고객의 돈”이라며 “빌려준 돈에 대해 이자를 받지 않도록 정부가 규정하는 것은 결국 은행 고객에게 저축은행의 피해를 전가하는 것인 만큼 (이자감면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금융위에 저축은행의 예보기금 계정이 3월 말 현재 약 1조8,000억원이나 부족하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예보기금의 저축은행 계정이 대규모 손실을 보인 것은 최근 수년간 저축은행들의 대규모 부실과 파산이 잇따르면서 예보기금에서 대신 지급한 예금 규모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예보기금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2월 말 현재 저축은행에만 총 2조4,941억원이 투입됐다. 이에 따라 예보는 손실이 난 저축은행 계정을 메우기 위해 은행 계정 등 예보기금의 다른 계정에서 연 5~6%의 이자를 주고 부족분을 차입해 사용 중이다. 예보기금은 각 은행·증권·보험·저축은행 등 업종별로 계정이 나눠져 있으며 다른 업종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