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안정여부가 관건

■ 외국인 순매도 언제까지뮤추얼펀드 환매압력으로 올 5조어치 팔아치워 외국인 매도공세가 증시를 위협하는 태풍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2년 증시개방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는 외국인은 최근 들어서도 매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증시 수급구조가 가뜩이나 취약한 마당에 이 같은 외국인 매도공세가 자칫 증시기반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외국인 주식투자가 국내에 허용된 92년 말 4.90%에 불과했던 외국인 지분율은 2001년 36.62%에 달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올들어 외국인 매매패턴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9월27일까지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매도한 금액은 모두 5조2,719억원에 달했다. 그 결과 외국인 지분율 역시 24.72%로 줄어들어 올들어서만 1.9%포인트가 감소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올 1월 1,280억원을 순매수한 후 2월부터 매도로 돌아서 8개월째 순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 800선이 넘으면서 시작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700선이 무너진 최근까지도 이어져 증시 수급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말까지 두고 봐야 하지만 9월 말 현재 연간기준으로 외국인의 순매도 현상이 사상 처음 나타난 것을 두고 본격적인 '셀 코리아(Sell Korea)'가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매도는 우리 경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증시 불안에 따른 펀드 환매압박 때문인 만큼 본격적인 셀코리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국내기업들의 실적호조, 견조한 성장세 등 우리 경제의 펀터멘털은 튼튼하며 근본적으로 미국증시가 약세의 늪에 빠져들면서 펀드의 자금유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증시의 수급을 가늠할 수 있는 미국 내 뮤추얼펀드 자금흐름은 연초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미국투신협회(ICI)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뮤추얼펀드 잔액은 1월 4조934억달러에서 7월에는 2조7,705억달러로 무려 1조3,229억달러가 순유출됐다. AMG데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8월 이후에도 뮤추얼펀드 자금유출은 지속돼 9월 들어서만 2주 동안 104억달러가 순유출됐다. 이는 지난해 미국 테러사태 직후의 유출액보다 큰 규모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매는 미국 뮤추얼펀드의 자금동향에 따라 방향성과 규모가 결정되는 흐름을 보였다"며 "뮤추얼펀드의 자금유출이 이어진다면 외국인의 불안정한 매매가 더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J증권의 국제영업담당자는 "기관투자가의 로스컷 물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종합주가지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외국인투자가 역시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종합주가지수 약세가 이어질 경우 매도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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