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무소불위 권력' 펜타곤, 세계전쟁 쥐락펴락

■ 전쟁의 집/제임스 캐럴 지음/동녁 펴냄
日 원폭투하부터 이라크 전쟁까지
지구촌 모든 전쟁에 깊숙히 관여
60여년 펼쳐온 역할등 상세 소개



1941년 9월 11일 미국 워싱턴 DC의 포토맥강 건너편에 거대한 5각형 건물의 착공식이 거행됐다. 미국의 국방부 본부인 펜타곤이다. 펜타곤은 연 건축 면적만 약 12만㎡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3배 크기에 해당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건물이다. 16개월 만에 완공된 펜타곤은 60년이 지난 2001년 9월 11일 아메리칸 항공 77편을 이용한 테러를 당했다. 미 군사력의 상징인 펜타곤이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반미 세력들의 타도 대상이 된 것이다. 성직자 출신의 인문학자인 저자는 펜타곤의 건설 배경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추게 된 배경을 추적한다. 미 국방부 정보부 소장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펜타곤의 복도를 뛰어다니며 놀았던 어린 시절 기억을 시작으로 펜타곤의 권력획득 과정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옮겨간다. 저자는 특히 펜타곤을 통한 미국이 패권을 거머쥐는 과정에서 1943년 1월 마지막 일주일에 벌어진 사건들이 펜타곤의 권력 획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첫번째는 과학기술의 발전이다.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원자폭탄 제조 실험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하자 펜타곤은 기술을 독점하기 위해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에서 핵무기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두번째 사건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독일과 일본에게 '무조건 항복'할 것을 요구한 카사블랑카 회담이다. '무조건 항복'은 무자비와 비타협을 의미하는 것으로 적이 독기를 품고 끝까지 싸우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 처칠 영국 수상도 반대했다. 루스벨트의 발언은 독일의 완전 파멸에 이어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파괴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루스벨트의 자신감은 핵무기 실험의 성공에서 비롯됐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뒤이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주장에 따라 1943년 1월 27일 독일 본토를 공격하는 '포인트 블랭크' 작전이 단행된다. 2차 세계대전 초기, 공격대상을 군인으로 제한한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민간인까지로 공격 대상을 확대한 이 작전은 무방비 상태인 민간인의 희생을 키웠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펜타곤은 미국의 신성한 '신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펜타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된 역사를 모자이크처럼 맞춰 나간다. 책은 부시 정권의 이라크 침공에 이르기까지 60여년간 펜타곤이 세계의 역학구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한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이 원자폭탄 사용을 주장했던 아찔한 순간 등 냉전시대에 치러진 주요전쟁에서 내린 펜타곤의 결정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반전운동가이기도 한 저자는 10여년간 미국 주요 정관계 인사들을 인터뷰하고 수집한 자료에 자신의 기억을 포개 지난 60년간 미국의 역사를 펜타곤이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풀어냈다. 그는 전 세계에 터진 전쟁에 깊이 관여해 온 펜타곤은 더 이상 미국의 정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기억에서 모티브를 찾아내 미국과 세계의 역사로 중심을 옮겨가면서 방대하게 펼쳐낸 펜타곤의 역사는 '자유'와 '정의'라는 미국의 기본원칙을 되살리자는 저자의 성찰이자 외침이다. 한편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전쟁이 터지면 국익을 위해 어떤 무자비한 결정도 단행했던 펜타곤의 그간 행적은 냉전이 끝나지 않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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