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회행사 러시

국정감사 기간중에도 몇몇 의원들은 후원회 행사를 갖기도 했었는데 감사가 끝나자마자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단골 장소인 의원회관 예약이 어렵게 되자 국회도서관에서도 후원 행사가 자주 열리고 있다.해마다 하반기의 9, 10, 11월은 국회의원들의 후원회 행사가 집중되는 황금시즌. 상반기에도 4, 5월은 인기를 끄는 달이다. 최근 일간지에 국회의원 후원금 접수 상황이 보도된 적이 있었다. 단연 여당소속 의원들의 후원금 액수가 야당의원들을 압도했다. 어느 여당 당직자는 1년에 5억원에 가까운 후원금 모금기록을 세워 다른 의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면 모든 의원들이 모두 다 후원회행사를 가지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다선 중진의원들과 전국구 의원들이 소극적인 반면 초·재선 지역구 의원들은 너나없이 적극적이다. 후원회 행사를 하지 않고서는 정치자금을 모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구 출신 의원들은 씀씀이가 너무 많아 후원금은 모금 상한선내에서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그렇지만 올해 들어와서는 야당의원들의 후원회 모금 실적이 극히 저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 탓도 있지만 괜스레 정부와 여당의 눈치를 보면서 후원의 손길을 끊어버린 후원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9월에 「후원의 밤」행사를 가졌지만 모금된 후원금은 지난해 보다 상당액이 줄어들었다. 필자의 후원회 모금 상황을 보면 유감스럽게도 기업인은 학교동창 몇 명밖에 없고 동료국회의원, 지인, 친척, 동창생등이 고작이다. 거짓말이 아니라 대기업은 전혀 없고 필자의 지역구인 대구지역 기업인들도 눈을 닦고 찾아봐도 단 한명도 없다. IMF탓으로 기업경영이 어려운 탓이리라. 그러나 IMF사태가 오기전에도 그들은 참으로 필자와는 인연이 멀었다. 국회의원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추측은 사실과 다를 때가 많다고나 할까. 후원회 행사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일은 동료의원들이 쾌척하는 후원금. 이것은 다음에 그분들의 후원회 행사때에 꼭 품앗이 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 보면 진짜 후원금이라고 이름 붙이기가 어렵다. 국회의원에게 합법적으로 유일한 정치자금 모금창구인 후원회행사는 제도가 바뀌지 않는한 앞으로도 끊이지않고 계속 될 것이다. 후원자들에게 항상 송구스럽고 부끄럽기만 한 이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安澤秀 한나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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