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명하기 급한 건교부

가관이다. 정부가 서민층의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서민에게 지원하던 주택자금의 돈줄을 풀었다 죄었다 한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대출 금리를 5.7%로 0.5%포인트 올리는 한편 대출자격도 부부합산소득 5,0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대폭 낮췄다. 이 같은 금리는 웬만한 시중은행 상품보다 높은 수준이라 정부 스스로 대출창구를 닫은 셈이다. 생애최초 자금으로 집을 구입하려던 서민들로서는 ‘정부정책 맞아’라며 쌍심지를 켤 일이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집을 사는 사람에게 저리의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제도.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11월 부활하면서 무주택자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처음부터 정책자금이라고 너무 낮은 금리로 인심(?)을 쓴 게 화근이었다.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최고 1%포인트나 낮자 집을 사려는 사람은 물론이고 다른 용도로 이 돈을 쓰려는 사람들이 은행 창구에 몰려들었다. 기금은 급속도로 소진됐고 급기야 35일 만에 대출이 갑자기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이때 건교부는 “은행에 대출 자제를 지시했을 뿐 중단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발뺌했다. 정부는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출조건을 강화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이도 ‘언발에 오줌누기’였다. 이번에는 대출조건을 아예 이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강화하자 이제 정부에 대한 원성을 넘어서 정부정책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교부장관이 나서 잦은 정책 수정의 이유를 설명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국민주택기금 재원이 한정돼 있다, 기금 대출금리가 시중금리보다 너무 낮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정책 입안자 입에서 나오긴 너무 무책임한 변명이다. 개정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제도도입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요지의 질의응답 자료까지 장황하게 준비한 것은 희극적이기 까지 하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미 대출 받은 사람의 이자부담도 ‘형평성’을 고려해 추가적으로 올릴 수 있다고 예고한 것. 정부의 실책을 국민에게 전가 시키려는 것과 다름 없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해프닝은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해온 다른 정책들의 연이은 실수와 궤를 같이 한다. 잦은 실수는 무능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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