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봄이 시작인 것 같은데 백화점 매장은 벌써 여름이다.9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봄 정기 바겐세일이 한창인 백화점 매장에 대자리·수영복 등 대표적인 여름상품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계절파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올해 봄 세일 기간에 여름상품의 백화점 매장 등장은 예년에 비해 약 한달 정도 앞당겨졌으며 그 물량도 크게 늘었다. 특히 의류의 경우 여름 이월 또는 기획상품이 백화점 의류매장의 10~15% 정도를 채우고 있다.
봄 바겐세일은 통상 백화점들이 봄 신상품 가운데 팔다 남은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마련하는 것으로 예년 봄 바겐세일에는 여름상품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겨우 사전에 예약판매를 하는 에어컨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확연히 달라졌다. 이미 계절파괴의 대표품목으로 자리잡은 수박·참외 등 여름과일과 빙과류의 백화점 매장 입점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여름상품 뿐만 아니라 모피 등 겨울상품과 사계절 김치전용고도 이번 봄 세일에 등장, 계절파괴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모든 점포에서 여름 숙녀의류의 이월상품을 정상가보다 50~80% 싸게 판매하는 숙녀 패션그룹 초대전과 시원한 여름을 느낄 수 있는 볼·냉면기·맥주잔 등을 30~50% 저렴하게 내놓는 기획행사를 마련했다.
현대백화점도 본점과 무역센터점에서 여름 대자리 초특가전을 열고 대청마루·담양산 신바람자리 등을 40% 이상 싸게 팔고 있으며 사계절용 김치전용고인 만도의 딤체, 삼성 김치독 등을 내놓았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마찬가지. 영등포점에서 스포츠 여름상품 대전을 갖고 이월 또는 기획상품을 중심으로 트리니티·미쏘니 티셔츠 등을 50% 정도 싸게 판매하며 진도와 동우가 참여해 모피 기획상품을 정상품보다 50~60% 저렴하게 선보인다.
올해 백화점 매장에서 계절파괴 상품이 이처럼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제조업체들이 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이후 재고부담을 우려해 즉시반응(QS) 생산체제로 전환, 그때 그때 필요한 물량만 생산하면서 재고상품이 크게 줄어 봄 세일에 내놓을 상품의 물량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이유.
또 소비자들의 개성이 중시되면서 겨울에도 반팔 티셔츠를 입는 등 패션에서 계절개념이 사라진 것도 계절파괴 상품의 인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업체의 생산방식과 소비자들의 패션 스타이일 변화로 시즌의 개념이 모호해져 계절파괴 상품은 앞으로 더욱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구동본 기자 DB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