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관계자들은 중국이 큰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면서도 그동안 높은 수입장벽으로 접근이 어려웠지만 이번 미.중 합의로 거대한 수출시장이 열리게 됐다는 기대감 속에 향후 이 시장에서 세계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중국이 WTO 가입으로 해외에서 한국의 수출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는 않지만 당분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 업종에서 우세하다.
의류와 농산물 등 일부 업종에서는 내수시장에서 중저가 중국산 제품이 판을 치게될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보이고 있다.
◇자동차 =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부장은 "향후 10년간 세계 시장에서 1천500만대의 신규 수요가 발생하고 이중 300만∼400만대가 중국에 집중될 것"이라며 "중국의 WTO 가입으로 한국차의 중국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중국 정부의 지속적 규제로 공장 건설을 통한 직접 진출은 어렵더라도 수입관세가 대폭 낮아져 이 시장 주력차종인 중형차급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진 한국차의 수출이 크게 늘 전망"이라며 "특히 국내 부품업체들의 수출 전망이 매우 밝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이 아직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한국차와 경쟁할 수있는 상대가 아닌만큼 한국의 손실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도 이번 가입이 수입선다변화 해지에 따라 예상되는 일본차의국내 시장 잠식을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의 수출 증가 효과를 낳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자 = 중국이 현재 가전제품을 비롯한 공산품에 대해 평균 30%의 높은 관세율을 부과했으나 WTO가입으로 순차적으로 15%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관세장벽 때문에 중국시장으로의 수출에서 경쟁력이 없었던 제품들의 경우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높은 고품질의 고가제품, 예컨대 대형TV와 다기능 VCR, 대형냉장고 등의중국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상품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여타 동남아시아 상품에도 함께 적용되는 혜택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국시장에서 경합은 치열해진다.
한편으로 국내 전자업체들은 이미 중국현지에 소형TV와 전자레인지, 오디오 등의 분야에서 합작투자를 통해 현지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중국의 관세인하로 이들 현지합작업체들이 수입품과의 경합으로 다소간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LG전자 통상조사팀의 이행일 수석부장은 지적했다.
중국 이외 제3국시장에서 한국상품과 중국상품과의 경합 관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듯 하다.
◇석유화학 = 중국의 관세율 인하에 힘입어 에틸렌과 HDPE, LDPE 등의 대중국수출이 큰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행 16-18%인 플라스틱 수입관세율이 WTO 가입후 5년내 5-8% 수준으로 인하되는 것을 비롯, 오는 2005년에 가면 석유화학 중간제품과 최종제품의 평균 수입 관세율이 각각 5.5%, 6.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폴리에스테르칩도 중국이 현재 쿼터제를 통해 수입을 제한하고 있으나 이후 비관세장벽이 철폐되고 수입관세율도 현행 16%에서 점진적으로 인하돼 2005년에는 6.5%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여 수출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중국의 향후 10년간 생산시설 증가율은 7-8%로 예상되고 있으나 실제 수요는 연간 20% 안팎으로 증가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우리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에는 중국의WTO 가입이 호재다.
◇철강 = 중국이 점진적인 관세율 인하와 수입규제 제도의 완화를 추진하게 되면서 특수강과 냉연 등 고급강을 위주로 중국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자국 생산이 어려운 고급재 위주로 수입을 해왔으며 자국 생산이 가능한일반강 등 저급재는 수입을 엄격하게 통제해 왔는데 이같은 기조가 크게 흔들리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수출의 경우 현재 미국 업계가 수입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강력하게대응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대미수출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지금과 많은 차이가 없을것이라는 지적이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중국은 WTO 가입으로 개방 폭은 넓어지겠지만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며 "외국업체들의 중국 투자가 더 용이해진만큼 중국과의 본격적인 경쟁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섬유 = 산업연구원 이재덕 박사는 "최근 화섬직물 수출 시장이 홍콩에서 중국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중국의 WTO 가입으로 폴리에스테르 등 화섬원사 수출이더욱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 업체들의 의류 수출이 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도 별 타격은 없을 것으로 이 박사는 전망했다. 그는 "국내업체들이 멕시코 등 북미자유경제지역내에 생산기지를 마련해 놓고 있어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수시장에서는 중국산 중저가 의류제품의 시장 잠식이 다소간 우려된다.
◇농산물 = 지난해 7억달러 어치의 중국산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중국의WTO 가입에도 불구하고 수입량이나 추가개방과 관련해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보인다.
이는 과거 한중간 MFN(최혜국 대우 원칙) 합의에 따라 우리나라가 중국에 대해WTO 회원국이 아니어도 다른 WTO 가입국과 동일한 관세혜택을 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찐쌀, 메주 등 6개 중국산 농산물에 대해서만 WTO 양허범위내에서 조정관세를 매겨 급격한 유입을 막아왔는데 앞으로 중국은 이같은 조정관세를 낮춰달라는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있다. 이와함께 중국이 우리 국민이 선호하는 중단립종 쌀 재배면적을 급격히 늘리고 있어 장기적으로 중국산 쌀의 급격한 유입도 우려된다.
중국의 WTO 가입으로 오히려 국내 가공식품과 고부가가치 농산물의 수출확대가예상되고 있다. 종전에는 라면, 과실조제료 등 5천만달러 어치를 중국에 수출해왔으나 앞으로는 인삼, 삼계탕 통조림 등의 추가 수출이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