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잠재성장률 하회..국민 실질구매력 `답보' 안에서 '절약' 밖에서 '펑펑'..내수회복 걸림돌 국민소득 2만달러 불확실...체질개선 우선 지적
입력 2006.03.22 10:00:00수정
2006.03.22 10:00:00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4.0%에 그치면서 '저성장의 수렁'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은 당초 우려보다는 선전한데다 특히 지난해 4.4분기에는 모처럼5%대 성장을 기록하면서 회복 기대감을 더했으나 여전히 본격적인 체감경기 회복을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는 내수경기가 다소 살아나고 있으나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교역조건 악화로 인해 비틀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차제에 경제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저성장기조 고착화되나..실질구매력 약화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05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실질 국내총소득(GDP)은 전년보다 4.0% 증가하는데 그쳐 3년연속 잠재성장률 수준인5%안팎을 밑돌았다.
우리 경제성장률은 지난 2002년 7.0%로 반짝 호황을 맞았으나 이후 최고의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내수침체가 이어지면서 2003년 3.1%로 급락한뒤 2004년에도 4.7%에 그친 바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4.5%를 기록한데이어 4.4분기에는 5.3%로 6분기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향후 경기전망을 밝게 했다는점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 지표는 이같은낙관론에 제동을 걸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실질 GNI는 전년보다 0.5% 증가에 그쳐 외환위기 당시였던 지난 98년의8.3% 감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극심한 내수 침체기였던 지난 2003, 2004년의 1.9%와 3.9%보다 훨씬 낮은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급락에 따라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으로 이같은 현상은 올해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도 우리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인 5.0%에 달할 것이라는전망을 내놓고 있다.
◇ 내수회복 기대감..여전히 視界 흐려
지난해 실질 GNI의 제자리걸음은 최근 잇단 내수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시계(視界)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소비는 3.2% 늘어나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설비투자의 경우 무려 5.1%나 늘어났다. 다만 건설투자가 0.4% 증가하는데 그쳐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03년 이후 국내경기 침체의 주요인으로 지목되던 민간소비가 지난해 하반기에는 4%대까지 올라서면서 성장기여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06년 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소비재 판매의전달대비 감소율이 35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설비투자 증가율이 전달보다 크게떨어지는 등 경기회복세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또 지난 2월 소비자기대지수가 103.8로 기준치(100)를 상회했으나 지난해 8월이후 처음으로 전달대비 하락세를 나타내 불안감을 더했다.
이에 지난해 4.0%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질 GNI가 사실상 전년과 같은 수준에 그쳤다는 것은 올해도 본격적인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경제토대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지난해 가계의 최종 소비지출 가운데 국내에서 이뤄진 것은 2.3%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지출한 액수는 무려 20.8%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돈은 17.1%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내수 회복의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환율만으론 안된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1만6천291달러로 전년보다 14.8%나 증가하며 2만달러에 한걸음 다가섰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진데 따른 것으로, 실제로 이를원화로 환산할 경우 전년 1천624만7천원에서 지난해 1천668만7천원으로 2.7% 증가하는데 그쳐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은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평균치(1천24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1천원선을 회복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대다수 경제연구소들의 전망이어서 올해도 1인당 국민소득은 환율 '덕'을 볼 공산이 크다.
더욱이 환율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5%의 성장률과 2.5%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면 1만7천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향후 환율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 예측하기 힘든데다 대내외 경제환경이 어떤 식으로 바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없이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국민소득 2만달러로 우리경제가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연구원은 "우리 경제는 현재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는상태로 이미 저성장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볼 수 있다"며 "노동, 자본, 생산성 등에서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