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의 핵심계열사이자 워크아웃 대상12개 계열사 전체부채중 40%를 안고 있는 ㈜대우의 자산부채 실사 결과가 나왔다.채권단이 회계법인을 시켜 조사해보니 ㈜대우의 빚은 23조4,000억원이었으나 자산은 부채의 39.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을 모두 팔아서 부채를 갚아도 빚의 60.7%는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다른 계열사들의 사정도 50보 100보다. 일부 재무구조가 좋은 계열사가 있기는 하지만 중공업·전자 등 대형사들의 자산이 대부분 부채규모에 훨씬 못미친다.
부채규모가 60조원, 미국달러로 500억달러를 넘는 대우그룹은 말 그대로 빈껍데기였다.
대우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대우가 발행한 회사채·기업어음·대우계열사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한마디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버렸다.
사실 금융위기 이후 우리가 거쳐온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그룹 문제는 그 누구도 「이것이다」하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감추면서 질질 끌어온 고질병이었다. 대우그룹보다 부채 규모가 20%수준에 불과해했던 기아자동차 처리를 잘못해서 외환위기를 맞았다고 비난받는 판에 대우그룹을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은 이나라 경제정책을 책임진 관료들에게 너무 큰 도박이었다.
채권금융단도 마찬가지였다. 관치금융에 평생을 살아온 은행원들이 일단 돈을 물린 이상, 정부로부터 「대우는 이제 간다」는 사인이 없는 한 대우가 일단은 굴러가도록 뒷돈을 계속 댈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투신사들은 오히려 대우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고금리를 즐기면서 자신들의 영업기반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이제 정부로서도 올때까지 온 것같아 보인다.
대우 부실의 진상을 ㈜대우 실사결과를 계기로 만천하에 고하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부터 우리경제는 세계 경제사에서 유례가 없는 대형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단계로 본격 진입한다. 대우계열사 워크아웃과 투신권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개인 투자자 손실보전 등 대체적인 처리방안은 이미 세워져있다.
그동안 있어온 5개 은행의 퇴출을 비롯한 구조조정작업은 사실 대우그룹 채권처리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금융시장을 담보로 벌여야하는 수습작업은 제약조건이 한도 끝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말부터 이어져온 우리경제의 위기는 바야흐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하필 오늘은 개발독재 원조인 박정희(朴正熙)가 죽은지 꼭 20년되는 날이다.
박정희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의 하나인 「박정희식 성장신화」의 대표주자가 바로 대우다. 20년 시차를 두고 박정희가 두번 죽는 셈이다.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禹源河 정경부 차장WHW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