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 골프칼럼] 예쁜이 골퍼, 못난이 골퍼

골프를 배운지 한 달도 채 안된 부잣집 마나님이 거드름을 피우며 필드에 나타났다. 책에 나온 온갖 종류의 미스 샷을 날리면서 급기야 그린주위 벙커에 빠졌다.온탕과 냉탕하기를 10번이상 하더니만 겨우 그린 귀퉁이에 볼을 올려 놓았다. 캐디백에서 채 하나를 빼들고 양반걸음으로 엉기적대며 그린위로 올라왔다. 그래도 마나님은 기가 죽지 않고 의기양양한 자세로 퍼팅자세를 취하는 게 아닌가.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캐디가 깜짝놀라 소리를 지른다. 『골프채를 바꾸셔야지요.』 마나님이 넉살좋게 대꾸한다. 『나도 알고 있어. 벙커에서는 샌드웨지로 치고, 벙커 밖에서는 피칭웨지로 친다는 것쯤은』 Ⅱ. 미스코리아 출신의 숙녀회 골퍼들이 친선경기를 갖는 날이다. 화사한 차림으로 식당에 앉아 환담을 나누는 데 주위 시선이 모두 집중돼 오래 앉아 있기가 괜히 신경쓰인다. 티오프시간도 충분히 남았으니 연습볼이라도 치자는 의견을 모아서 모두 드라이빙 레인지로 내려갔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조금전 식당에 앉아 뜨거운 시선을 보내던 골퍼들이 벌써 내려와 타석을 모두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Ⅲ. 만나는 사람마다 골프 얘기 뿐이다. 3개월만 연습하면 골프를 즐길 수 있다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골프연습장을 들렀다. 집안 살림에 매달려 운동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어 중년에 들어서 시작한 골프가 영 마음과 같지 않다. 그런데 레슨프로가 빨래 짜듯 그립을 꽉잡고 휘두르는 스윙을 보고 참다못해 한마디 한다. 『그립을 아빠의 중요한 부분처럼 생각하고 다뤄야해요. 부드럽게 양손으로 감싸 잡아야 좋은 스윙이 나온다는 걸 명심하세요!』 Ⅳ. 한 골프장에서 클럽 회원을 위한 연말 파티가 무르익어 밤늦게까지 흥이 더해가고 있었다. 분위기에 고조되어 李상무 부부가 밖으로 빠져나왔다. 별들이 촘촘히 수놓인 밤하늘을 바라보며 벙커에 누워 사랑을 나누는 데 순찰중인 경비가 나타났다.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치는 데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저 놈들은 회원이 아닌 게 분명해. 벙커를 나오면서 리페어도 안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강화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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