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총리 "환율방어 비판론 잠재우기"

"수출위해 환율방어 안한다"…국책硏까지나서 환율정책 부적절성 지적
내주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1兆발행…시장선 정부 不개입 의지로 안받아들여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3일 ‘수출 부양을 위해 의도적으로 원화가치를 끌어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최근 한국은행과 연구단체ㆍ정계에서 일고 있는 ‘환율 방어 비판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등은 최근 재경부의 무리한 환율 개입으로 ▦막대한 비용 소모 ▦수입가 상승 등으로 내수침체 가속 ▦투자위축 ▦대외 채무상환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특히 국회까지 환율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재경부는 고심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은 약 125조원. 올들어 20조원 가량 늘어나 연간 이자비용만도 5조원에 달한다. 국회 재경위는 한은의 본원통화 발행을 통한 외환매입이 통화량을 증발시켜 통화채 이자비용과 더불어 새로운 통화증발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환율개입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환율방어는 물가하락을 막아 가뜩이나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를 위축시키고 자본재 수입비용을 상승시켜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공박했다. 한은은 보다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지난 6월 “외환시장 개입으로 늘어나는 외환보유액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혀 한은과 재경부의 ‘환율 공방’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외환보유액이 15일 현재 1,682억달러로 급증하고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200억달러 수준까지 점쳐지는 것도 정부의 시장개입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한은은 ‘환율 상승은 투자를 위축시켜 성장을 저해한다 ’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또 환율이 오르면 기업들의 대외 채무상환 부담이 커져 오히려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보고서를 연이어 발간하는 등 재경부의 인위적인 환율 띄우기에 강한 반감을 표해왔다. 이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환율정책에 대한 반감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총리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환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별로 없다. 실제로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소폭 오른 1,166원대를 유지했다. 강삼모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총리의 발언은 지난해 무리한 환율개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현재 수출이 잘되고 있고 환율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환율이 다시 큰 폭 하락한다면 그 정도는 완화될 수 있겠으나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환율정책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서도 정부가 오는 26일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를 1조원어치(5년 만기) 발행한다고 최근 발표한 것 역시 재경부의 환율방어 의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위한 외평채 발행액은 지난해 14조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8조8,000억원, 내년 28조5,000(예산신청분)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40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일반회계 규모가 120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엄청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맥박을 이어가기 위해 투입된다는 환율방어비용이 거꾸로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은 이 부총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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