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법 위반 첫사례 나와... 재건축 안정화 정책 `구멍`

무분별한 재건축을 방지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이 지난 7월1일 시행 이후 처음으로 법의 허점을 이용한 불법ㆍ편법 재건축 추진사례가 나와 정부의 재건축 안정화정책에 구멍이 뚫렸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230의 태릉현대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위원장 김양택)는 오는 24일 `재건축조합 창립총회`를 열어 현대건설을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컨설팅업체)와 설계사무소를 인준하는 등의 안건을 처리한다고 21일 밝혔다. 하지만 태릉현대 추진위는 주민 50%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시로부터 정식 인가조차 받지 못한 상태로 이 같은 안건처리는 불법 및 편법이다. 더구나 총회 개최절차와 결의안건들이 도정법을 위배하거나 편법으로 피해가고 있어 재건축업계 전체로 모방 사례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백화점식 편법ㆍ불법 재건축추진 확산우려= 특히 업계 파장이 가장 클 것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안건이다. 태릉현대 추진위는 `우선협상대상자`라는 교묘한 말꼬리를 붙여 사업계획승인 이전에는 시공사 선정을 금지한 도정법의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실제로 김양택 추진위원장은 “시공사가 아닌 `우선협상대상자`이므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회에 상정된 컨설팅업체 선정 안건도 도정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태릉현대추진위는 시의 인가를 받은 정식 추진위가 아니므로 컨설팅업체를 뽑을 수 없다. 또 이번 컨설팅 후보업체는 건설교통부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로 등록되지 않은 무자격업체다. 추진위는 이밖에도 반드시 총회에서 의결해야 하는 `예산에서 정한 사항 이외의 조합원 부담이 될 계약`과 `자금차입에 대한 방법과 이율 및 상환 방법`을 대의원회에 위임토록 하고 재건축결의 안건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소유자의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누락시키는 등 백화점식으로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편법 재건축추진 처벌근거 없다=건교부는 태릉현대가 이 같은 내용의 총회를 열 경우 행정조치를 취하고 이를 듣지 않으면 형사고발도 할 수 있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노원구청은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태릉현대 추진위는 정식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감독 대상 조차 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형사처벌 등의 제재조치를 내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다. 편법을 부추기는 시공사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 도정법의 처벌대상은 주로 사업시행자와 컨설팅업체에만 국한돼 있고, 시공자는 사업시행계획서를 위반한 건축행위를 했을 때에만 처벌할 수 있다. 건설업체가 사업시행계획서를 위반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므로 시공사가 지분제 방식으로 시공권을 수주해 재건축 공동시행자가 되지 않는 이상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건설과 같은 대형건설업체가 편법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 입찰에 참여하는 것도 이처럼 느슨한 처벌규정 때문이란 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 재건축 정보업체 미리주닷컴의 김종수부장은 “태릉현대의 총회개최 추진과정에서 현행 도정법의 허점이 곳곳에서 발견된 만큼 이를 모방한 편법ㆍ불법 재건축 추진 사례가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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