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색 해소 물꼬 안보인다

로켓발사·美여기자 납치등 곳곳에 암초 여전
개성공단 또 차단… 당분간 안개국면 불가피

북한이 최근 대남 압박의 빌미로 삼았던 한미 키 리졸브 훈련이 20일 끝났지만 남북관계 경색 기미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달 4~8일 북한이 예고한 로켓 발사와 미국인 여기자 2명의 북한억류 등 한반도 긴장지수를 높이는 사안들이 아직 남아 있어 남북 관계는 당분간 안개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공산이 크다. 키 리졸브 한미합동 군사훈련 종료일인 이날 북한이 남북 육로 통행 동의 통보를 보내오지 않음에 따라 오전 개성으로 떠나려면 남측 인력 667명이 출발하지 못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북한이 오전 10시 30분까지 남북 통행에 대한 동의서를 보내오지 않아 육로통행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귀환을 신청한 552명을 포함해 북한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758명의 발도 묶였다. 북한이 남한 민항기 안전 위협과 육로 통행 제한의 이유로 내세웠던 한미 키 리졸브 훈련이 이날 마무리되면서 남북위기 국면은 한 고비 넘길 것으로 예상됐지만 북측이 여전히 개성공단 왕래를 제한적으로 차단하면서 남북 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미국인 여기자의 북한 억류 사태가 한미 관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돌발 변수로 떠오르고 있지만 자칫 이들 미국인 억류 사태의 해결 과정이 꼬일 경우 한미 관계는 물론 남북 관계마저 뒤엉킬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남북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고 싶지만 북측이 개성공단을 북핵 협상과 남북 관계의 노림수로 활용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어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를 다시 막는 고강도 대응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자칫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정부가 쉽게 이 카드를 꺼내 들지는 못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정부는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을 막기 위한 노력을 펼치면서 로켓 발사 이후 대응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예멘에서 한국인 테러 사건이 벌어져 주변 안보 환경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비확산 문제가 부각 될 수밖에 없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로 2003년 시작된 PSI는 지난 2003년 6월 미국의 주도로 핵무기나 생화학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발족한 국제협조체제로 대량 살상무기에 대한 정보 공유는 물론 대량살상무기(WMD)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등을 검색하는 제재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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