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현대그룹 옛 사주의 입찰 문제를 거론한 가운데 현대건설의 1대주주인 외환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은행단이 산업은행을 배제한 채 현대건설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매각 동의에 필요한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주채권은행의 이 같은 방침이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건설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1대주주인 외환은행과 2대주주인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이 현대그룹의 입찰 참여 허용 여부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이달 초순 9개 채권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를 소집, 매각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다.
지난달 8일 한국씨티은행을 제외한 8개 채권 금융기관은 주주협의회를 열고 현대그룹의 입찰참여 허용 여부에 대해 운영위원회가 협의를 진행하되 11월 말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주주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현대건설 부실책임이 있는 현대그룹의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한 후 매각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외환은행을 비롯한 다른 채권 금융기관은 당초 올 하반기로 계획됐던 현대건설의 매각을 조속히 진행하기 위해 매각주간사 선정 등 매각작업을 병행하면서 옛 사주 문제를 논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채권 금융기관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은 옛 사주의 자격에 대한 매각조항이 명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의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주식 관리 및 매각준칙 12조1항에 따르면 ‘부실책임이 있는 구사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하되 부실책임의 정도 및 사재출연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사후평가를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다수의 채권 금융기관은 경영이 정상화된 기업은 매각을 통해 신속하게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 은행과 기업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며 “따라서 주주협의회가 소집되면 옛 사주 문제에 대한 논의를 거쳐 매각 주간사 선정 작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주협의회에서 매각 주간사 등을 선정하더라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해서는 주주협의회에서 80%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현대건설의 매각제한지분율 22.48%인 산업은행의 동의가 없으면 최종적인 매각은 이뤄질 수 없다. 이에 대해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주장하지만 현대건설 매각은 주주협의회에서 매각작업이 진행되면 주주들이 지분을 매각하는 것에 산업은행이 이를 저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