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도 끝났으니 이젠 제발 서민들 좀 살게 해주세요.”
투표를 마친 서민들의 바람은 단순했다. 정치권이 이제는 제발 경제 살리기에 힘을 쏟아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2월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후 한국사회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날이면 날마다 정쟁이 계속됐고 급기야 대통령이 탄핵되는 사상 초유의 일 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경제 챙기기는 ‘립서비스 ’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정부에서는 수출이 늘어나고 경제지표가 호전된다고 떠들어댔지만 서민들의 경제 온도계는 여전히 영하권을 맴돌았다. ‘검은 고양이(정치인)든 흰 고양이든 경제만 살리면 된다’라는 한국판 흑묘백묘(黑猫白猫)론까지 등장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서울 상일동에서 투표를 마친 주부 김영숙(54)씨는 “그동안 가족들이 모이는 밥상 등에서 정치 얘기는 하지 않는 것이 가정의 화목을 찾는 길이라 고 생각할 정도였다”면서 “정치인들이 싸움을 그만두고 서민경제 안정에 힘쓰는 것이 가정의 평화도 지켜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서민들의 정서를 잘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총선과 관련, 유럽계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은 15일 “최근 발표 된 소비자기대지수가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은 정치불안이 큰 원인이었다”며 “총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한국 내 소비심리가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계 JP모건도 “총선 후 한국경제의 관건은 민간소비가 살아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총선 후 한국정부가 내수부양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지금 한국의 경제적 어려움은 정치적 불안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선거는 끝이 났고 새로운 판이 짜였다. 17대 국회에 입성하는 국회의 원들에게 안겨진 가장 큰 숙제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다. 지금 국내 경제는 그야말로 만신창이다. 신용불량자가 넘쳐나고 청년실업자는 지금도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야 할지를 고민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기업들은 불확실한 정치상황 때문에 투자를 꺼린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고 리다. 훌륭한 정치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이 경제적 악순환의 고리를끊고 서민들이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면 훌륭한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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