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9월 4일] 더 무서운 '신종플루 공포'

몇 사람만 모여도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 이야기다. 앞으로 얼마나 확산될지, 또 사망자는 몇 명이나 늘어날지를 서로 허공에 묻고 답한다. 목소리에서는 공포가 묻어난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니 무서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세계적으로 3,000여명이 죽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망자가 4명으로 늘어났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미국에서만 최대 9만명, 우리나라도 2만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정부 잇단 대책이 되레 불안 증폭
신종플루의 공포는 이름에서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종류, 지금까지는 없던 인플루엔자라는 것이 겁을 먹게 한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다. 그동안 신종플루는 전염성은 강해도 치사율이 약하다는 게 위안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경계심을 늦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국민들은 정부의 신종플루 발표에 주파수를 맞추고 산다. 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바이러스의 활동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플루는 군부대의 철통경비를 뚫고 유치장의 높은 벽도 뛰어 넘었다. 신종플루에 감염된 전역예정자는 제대가 유보됐고 입영대상자 역시 입대가 연기됐다. 검찰에서는 피의자의 감염이 확인되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거나 소환을 연기하고 있다. 사실상 대유행 단계로 들어섰다. 국민들의 공포도 함께 커졌다.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공포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연내 1,000만명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을 확보한다고 발표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지 걱정이다.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2개월이나 앞당겨 오는 11월부터 취약계층에 무료로 백신을 우선 접종한다고 하면 앞으로 2개월을 무사히 넘길 생각에 한숨 짓는다. 정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는 신종플루 상황과 대책이 언론을 통해 곧 바로 국민들의 귀로 전달되면서 불안을 증폭시키는 양상이다.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가 커질수록 사회적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온 국제행사인 인천도시축전은 방문객이 없어 ‘죽을 맛’이라고 한다. 큰 돈이 들어간 사업인데 애가 탈 만하다. 지방 행사들은 아예 줄줄이 유보 또는 취소되고 있다. 단체관광 취소로 관광버스업계에 비상이 걸렸고 단체헌혈을 피하면서 혈액수급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종플루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은 신종플루에 대한 대응을 전혀 하지 않는 것 만큼 나쁘다. 신종플루는 10~11월에 유행이 정점을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다행히 기세가 꺾이는 조짐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작되면서 하루 확진환자 발생은 지난 8월28일 257명을 정점으로 두자릿수로 내려 앉았다. 휴교 또는 개학연기 학교도 8월25일 46개교에서 9월 들어 34개로 감소했다. 8월 말에 최악의 상황이 지났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변종 발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는 최근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변종 출현 가능성이 낮다고 발표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8월 말까지 변종이 발생하지 않아 앞으로 (변종) 발생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종플루에 대한 경각심은 높을수록 좋다. 어린아이나 노인ㆍ임산부ㆍ호흡기질환자ㆍ만성질환자 등은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사회·경제활동 중지 유연하게
하지만 모든 대책은 유연하게 시행돼야 한다. 신종플루가 무서워 무조건 모든 사회ㆍ경제활동을 중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1~2명 환자가 생겼다고 학교 전체가 문을 닫을 필요가 있는지, 전염 가능성 때문에 지역의 모든 행사를 취소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목감기에만 걸려도 헌혈 부적격자로 취급돼 헌혈을 받지 않고 단체헌혈 행사를 취소하는 게 바람직한지 재고해야 한다. 신종플루 자체보다 그 공포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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