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오다가다] "정치판 낀 은행… 일할 맛 안나네"

국민銀 정치자금 구설수에 직원들 내부비판·사기저하

"은행이 아니라 정당 같아요." 요즘 국민은행 직원들은 일할 맛이 안 난다. 은행 임원이 선진국민연대에 줄을 대고 각종 지원을 해줬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오기 때문이다. 12일에도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은행을 방문해 강정원 행장을 비롯해 의혹을 받고 있는 임원들의 면담을 요구했다. 한 직원은 "(우리는) 영업하는 데 정신이 없는데 정작 임원들은 일은 제쳐두고 은행을 이용해 제 살길만 찾았던 것 아니냐"며 "국민은행이 언제부터 이렇게 망가졌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은행 내부적으로는 '잘 나가는' 임원을 공격하기 위해 일부 직원이 의혹을 흘리고 있다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또 다른 직원은 "은행이 완전 정치판이 돼버렸다"며 "'빽' 없는 사람은 임원이나 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직원들은 노조에 대해서도 실망이 크다. 행장 등 경영진을 견제하고 은행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나가야 할 노조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과거 노조는 강 행장의 무리한 인사 때도 이를 견제하지 않았고 사실상 내 몫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며 "은행이 이 지경이 된 데는 노조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KB지주의 한 고위관계자는 "돈을 다루는 금융이 정치와 가까이 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직원들의 사기저하가 심각해 조직을 어떻게 추스를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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