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재정과 경기활성화 조화를

정부가 상속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를 비롯해 부동산 단기차익 중과세, 현금영수증카드제 도입 등을 포함한 올해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 동안 참여정부가 분배 정의에 중점을 두어왔고, 폭넓은 세원의 확보라는 원칙에도 부합하는 개편안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중소기업의 최저한세 인하도 논란이 없지않으나 고사 직전인 산업현장을 되살리려는 고육책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이미 확정된 근로소득세법 개정 등을 포함 내년 세수에 1조5,000억원 가량이 감면되고 올해 11조원에 달했던 세외수입이 내년에는 6조원 정도에 그친다면 정부의 재정운용 폭이 너무 줄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지난해 14조8,000억원이던 국세 총 체납액이 올해 상반기만도 이미 9조6,000억원에 이르러 크게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안정적인 세수기반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세입 사정이 이러한 만큼 정부가 내년 세출예산을 놓고 적자재정을 피해 증가율을 최대한 억제하는 초긴축 예산을 편성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 특히 과거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갖가지 편법을 동원해 선심성 예산을 짰던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새 정부로서 국민의 정부와는 달리 균형재정을 도모하려는 자세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국방예산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맞추려면 1조원 가량이 더 필요한 터에 앞으로 교육재정을 GDP의 4.7%에서 6.0%로 점차 늘리겠다는 등의 갖가지 국정목표는 무슨 돈으로 충당해 나가려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현재의 경기상황이 바닥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있기는 하나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IMF 구제금융을 받던 시절보다 더 악화됐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인 만큼 재정에서도 경기진작을 위해 일정 부분의 몫을 해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경제 규모가 확대되면서 재정의 역할이 과거보다 훨씬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국채를 발행하는 게 후대에 국민부담을 늘리는 처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계의 소비위축이 지속되고 있고, 기업은 기업대로 투자에 인색한 현 국면에서 정부마저 긴축재정으로 대응한다면 우리 경제는 계속 유동성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국회는 새해 예산을 심의하면서 내년 총선을 의식해 흥청망청 증액에만 눈독을 들여서는 곤란하다. 정부 역시 국회의 예산증액 요구에 편승해 국민 세금을 헛되이 써서는 안될 것이다. 어렵게 달성한 균형재정의 기조를 크게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기활성화를 돕는 재정운용의 묘를 살리는 지혜가 발휘돼야 한다. <대구=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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