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황소장세 ‘신바람’

뉴욕 월가의 투자자들은 여름을 알리는 제비가 찾아왔다고 반가워하고 있다. 경기 회복의 증거에 목말라하던 월가 사람들이 뉴욕주 제조업 지수가 기다리던 제비로 간주한 것이다. 16일 발표된 뉴욕주의 6월 제조업 지수는 26.8로 5월의 10.6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지수가 플러스 영역일 때 경기 확장, 마이너스에서는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지수는 이달들어 미국 경제 심장부인 뉴욕주 제조업이 살아나고, 미국 경제가 아랫목부터 데워지고 있음을 예측케 했다. 이에 따라 S&P 500 지수는 1년만에 심리적 저항선인 1,000 포인트를 회복했고, 다우존스 지수는 9,300 포인트를 넘어섰다. 다우존스와 S&P500 등 블루칩 지수는 지난 3월 저점에서 24~26%, 나스닥 지수는 이 기간에 31% 올랐다. 선견지명이 있었던 투자자는 3개월 사이에 엄청난 이문을 챙겼고, 이에 뒤질세라 뮤추얼펀드를 주력으로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이 몰려 뉴욕 증시는 때아닌 황소장세(bull market)를 맞고 있는 것이다. 월가 투자자들이 찾은 또 다른 경기 회복의 증거는 실시간 지표들이다. 미국 최대 소매체인점인 월마트는 5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1% 늘어난데 이어 6월초 매출이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5월말 모기지 재융자 신청건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한데 이어 6월초에도 증가세에 있다. 뉴욕 증시의 또 다른 호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25일 모임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대다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FRB가 이달중 단기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25%의 금리가 1%로 내려가는 것은 큰 폭이다. 따라서 현금 시장의 돈이 유가증권으로 흘러가고는 조건이 형성됐고, 과열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채권시장보다는 주식시장이 이 돈을 빨아당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비 한마리로 여름을 판단할 수 없다. 미시건대가 발표한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7.2로 5월의 92.1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쟁이 끝났지만 실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소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뜻이다. 월가의 컨센서스는 미국의 성장률이 1ㆍ4분기 1.9%에서 2ㆍ4분기엔 1.5%로 저성장을 유지하다가 하반기에 3%대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잠재성장률(3%) 이하의 성장으로는 실업자를 줄이기 어렵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현재 미국 경기는 `일자리 없는 회복(jobless recovery)`에 불과한 것이다. 뉴욕 증시는 7월초 2ㆍ4분기 어닝시즌(earning season)에 앞서 이번 주부터 경영 실적이 나쁜 회사들이 예고하는 이른바 워닝시즌(warning season)을 맞고 있다. 하지만 실적 경고를 하는 기업들이 의외로 적어 이 또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1ㆍ4분기에 S&P 500 기업의 수익이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개선된데 이어 2ㆍ4분기에도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상장기업의 실적 개선은 판매 확대가 아니라, 직원을 자르고 설비를 줄여서 발생한 것이다. 때문에 거시경제의 완전한 회복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이번 황소장세는 약세장의 일시적 상승(bear market rally)에 그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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