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저축은행이 유로존(유로화를 함께 쓰는 16개국)에서 일어난 산불을 더욱 키우는 '불씨'로 떠올랐다. 그리스 재정적자처럼 스페인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도 비단 어제 오늘 사이에 불거진 이슈가 아니지만 스페인 정부가 국유화 및 합병 등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자 재정적자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인 스페인은행(BOS)은 지난 22일 5억유로를 투입해 가톨릭계 저축은행인 카하수르를 국유화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억9,600만유로의 적자를 기록한 카하수르는 다른 저축은행과의 합병 협상을 벌여왔지만 모두 무산되자 정부가 국유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24일에는 아오로스 델 메디테라네오와 그루포 카하스투르, 아오로스 데산탄데르 이 칸타브리아, 아오로스 이 몬테 데 피에다드 데 엑스트레마두라 등 스페인 저축은행 4곳을 사실상 강제로 합병시켰다. 이들 4개 은행을 합칠 경우 자산규모는 1,350억유로에 이른다. 이날 발표는 스페인 정부에 골칫거리였던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금융시장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스페인 중앙정부가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촉발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카하수르 인수에 따른 정부 부담이 35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며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그 여파로 유로화가 급락하고 주식시장도 충격을 받았다. 24일 외환시장에서 1유로는 전일에 비해 1.5% 폭락해 1.2398달러로 마감한 데 이어 25일에도 하락 커브를 그리며 1.23달러 초ㆍ중반대에 거래됐다. 불똥은 주식시장으로도 튀어 뉴욕증시는 1.24% 하락했다. 스페인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는 이전부터 제기됐지만 유로존 위기가 확산되자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은행구조조정기금을 마련해 수술에 나섰지만 지난해 3월 단 한 곳만을 국유화했을 뿐이다. 즉시 '쓴 약'을 먹어야 하는 데도 시간만 끄는 통에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카하스'로 불리는 스페인의 저축은행은 스페인 은행 산업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이들 은행은 대부분 지방 정부에서 통제한다. 스페인의 저축은행은 46개로 일반은행(154개) 보다 적지만 지난해 1ㆍ4분기 현재 대출액은 8,820억유로로 일반은행(8,130억유로)보다 많다. 저축은행의 대출 규모는 지난 10년 동안 5배나 증가했다. 이는 주택시장 버블과 맞물려 마구잡이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늘린 결과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붕괴되면서 저축은행은 심각한 부실에 시달리게 됐다. 라파엘 팜필론 IE비즈니스스쿨 수석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개발업자에 빌려주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준 돈이 악성 부실로 변했다"면서 "상당수 저축은행이 사실상 파산상태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이 문제를 해결하려 저축은행을 20~25개로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저축은행을 소유한 지역 유지와 지방정부의 반발 등으로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저축은행 부실 문제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1.2%에 이르는 스페인 정부의 재정적자와 맞물리면서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를 GDP 대비 9.3%로 줄이기 위해 최근 150억유로 규모의 긴축 방안을 확정했지만 경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