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의 통제에서 벗어난 유가는 이번 겨울 최고 40달러까지 오를지 모른다」, 「아니다. 산유국들이 올 가을부터 원유감산 규모를 축소하는 만큼 유가는 연착륙(소프트 랜딩)할 것이다.」향후 유가에 대한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3월 석유수출국 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국가들이 참가, 하루 430만배럴을 감산키로 한 합의가 그대로 이행되면서 국제 유가는 올들어 무려 77%나 올랐다. 현재 배럴당 20달러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는 원유는 지난해말 1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상황과 비교하면 등락폭이 100%를 넘는 셈이다.
이처럼 가파른 상승에 따라 전문가들은 오는 9월 예정된 OPEC 장관회의가 향후 유가의 방향을 결정할 중대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지난 3월 합의 때 감산이행 6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감산을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석유수출국 기구(OPEC)는 30일 빈에서 시장감독위원회(MMC) 회의를 갖고 세계 석유시장의 수급 상황을 체크한다.
전문가들은 오는 9월 OPEC 회의에서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를 유지키로 결정할 경우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등 국제원유가가 2년반만에 최고가인 25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개월전 유가가 2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던 필 버리거 석유분석가는 『산유국들의 원유 재고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다 이번 겨울이 예년보다 추울 경우 유가는 40달러선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세계 원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빅 3」의 입장이 감산 연장의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중 하루 300만배럴 규모의 생산설비를 놀리고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미국경제의 호황이 자국 경제에 중요하다고 판단, 현상태의 유가 유지를 바라고 있다. 게리 로스 PIRA에너지그룹 회장은 『사우디는 배럴당 26달러면 재정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경제규모가 커 자체적으로 감산분을 소화할 수 있는 멕시코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비OPEC회원국인 멕시코는 생산 규모보다는 유가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감산을 지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 원유공장에서 쫓겨난 실업자들이 정유회사를 점거하는 등 경제위기와 최악의 실업사태로 원유 공장을 놀리는 감산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베네수엘라는 대신 통화의 목표환율대와 유사한 개념으로 유가의 목표대를 설정, 유가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자는 입장이다.
극적인 감산을 통해 유가를 회복하는데 성공한 산유국들은 당장 오는 9월 감산 합의를 포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있는 만큼, 유가는 당분간 20달러대 이상에서 고공행진을 계속할 전망이다. /문주용 기자 JYMO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