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창단한 고음악 앙상블 '브와믹스'는 유럽 중세ㆍ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그룹이다. 팀 이름인 '브와믹스'는 불어로 목소리를 뜻하는 '브와(voix)' 와 혼합한다는 뜻인 '믹스(mix)'를 조합해 만들었다. /사진제공=브와믹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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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중세ㆍ르네상스 시대의 고음악(古音樂)은 오늘과 같은 물질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더 빛을 발하죠.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고음악은 인간이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답니다."
고음악 전문 앙상블 '브와믹스'의 김정선 음악감독은 21일 마포구 아현동에 위치한 성니콜라스한국정교회 연습실에서 기자와 만나 "고음악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화음을 내는 음악이기에 정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음악 앙상블은 아마추어 팀이 몇 개 있지만 전문적인 성악가들이 모인 프로팀은 2005 결성된 '브와믹스'가 유일하다.
김 감독은 "2년에 걸쳐 작업한 끝에 최근 고음악 앨범인 '희생'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번 음반이 의미 있는 것은 유럽의 고음악 악기 대신 우리의 전통 악기인 해금, 소아쟁, 대아쟁 등을 이용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양 음악이라고 하면 그 나라의 언어로 불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게 사실이지지만 우리는 중세 불어와 라틴어를 한글로 바꿔서 불렀다"며 "한글로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청중들이 쉽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 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와믹스'의 리더를 맡고 있는 테너 정영철씨는 "한국말로 옮길 경우 묘한 의미의 차이를 살리기 어렵지만 우리말 전문가인 이성실씨가 번안해 훌룡한 곡으로 거듭 났다"며 "오페라와 달리 어렵지 않게 음악을 즐길 수 있어 고음악이 대중화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브와믹스'는 이번 음반 출시를 기념해 내달 1일 오후8시 대한성공회 서울 주교좌 대성당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김 감독은 "국내에선 고음악 마니아들이 음반으로 감상할 수 밖에 없을 만큼 공연이 많이 오르지 못한다"며 "이번 무대는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공연"이라고 말했다. 종교적 색체가 강한 음악이지만 팀원들의 종교는 제 각각이다.
김 감독은 "서양 중세 음악은 세속적인 노래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가톨릭 교회 음악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라며 "우리 팀원들은 특정 종교와 관련 없이 음악이 좋아서 모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브와믹스'는 내년 1월 그리스 5개 도시 초청 순회 공연에 나서며 내년 상반기 중에는 사순절 콘서트와 세속음악 앨범 발매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