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의 역풍이 미국 주요 기업과 미 경제에 본격적으로 상륙했다. 매출과 이익이 둔화된 미국 기업들이 비용절감에 들어가면서 증시가 조정을 받고 미 경제 회복세마저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1.65% 급락하는 등 3대 지수 모두 1%대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 화학기업 듀폰 등 대기업들이 기대 이하의 분기실적을 발표하거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공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했던 미 기업들의 매출과 순이익이 타격을 받고 있다"며 "달러 강세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충격이 예상보다 크다는 점 때문에 투자가들이 놀란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5월 이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가 20% 가까이 급등하면서 미 기업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업실적 분석 전문기관인 파이어앱스에 따르면 미 기업들의 환차손은 지난해 3·4분기 최소 40억달러, 4·4분기에는 12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포트피트캐피털의 선임 주식 애널리스트 킴 포레스트는 "서서히 환율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며 "기업 손실이 앞으로 몇 분기는 더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미 기업실적 전망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지난해 4·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0.5%, 주당순이익(EPS)은 3.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초에는 각각 1.3%, 4.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기업실적 둔화가 미 경제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P&G는 이날 "올해 매출과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5%, 1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상쇄하려면 인력감축, 마케팅 예산 삭감 등 비용절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캐터필러도 달러 강세에다 원자재 가격 하락까지 맞물려 수요가 줄자 추가 비용절감을 예고했다.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와 브리스톨마이어스도 달러화 강세로 올해 매출이 각각 28억달러, 8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미 기업들이 자본지출을 줄이면서 미 경제회복에 경고등이 켜졌다"며 "당초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이 3%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올 1·4분기 성장률은 2%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도 전달보다 0.9% 줄었다. 시장 전망치인 0.1% 감소보다 저조한 수치로 휘발유 가격 하락에 힘입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것이라는 기대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