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외자 유치에 비효율적인 체제인가.
미국의 경제전문 칼럼니스트 앤디 머커르지는 19일자 블룸버그 기고에서 중국과 인도를 비교하면서 이런 화두를 던졌다.
머커르지는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이 지금까지는 외자 유치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을 갖춘 인도에 단연 앞서왔다면서 그러나 `외자만이 경제의 모든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당장은 중국이 외자 유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민주주의가 비즈니스의 궁극적인 성공을 담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민주주의가 중국-인도 경제비교 논의의 중심에 있다'는 제목으로 블룸버그에 실린 머커르지의 기고를 간추린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인도가 약 50억달러의 외국직접투자(FDI)를 유치하는데 그친데반해 중국은 10배가 훨씬 넘는 535억달러를 같은 기간에 끌어들였다. 이 규모만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즉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가 인도의 민주주의보다 FDI 유치에는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퀀리와 애덤 레즈닉이 52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도 민주주의가발달될수록 외자유치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주의체제하에서는 외자 유치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유권자와 이해그룹, 그리고 국가가 외국 자본에 부여할 수 있는 혜택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국가가 결정하면 `만사 오케이'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외자 유치만이 모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중국의 지적재산권 문제는여전히 심각하다. 제약회사 파이저는 지난 7월 발기촉진제 비아그라의 중국내 특허권을 상실했다.
또 중국이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압력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에만 200만장의 불법복제 CD를 폐기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적판 시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와 관련해 처음으로 지적재산권 관리 책임자를 현지에 보내기로 결정했을 정도다.
혹자는 민주주의가 경제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게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우나 이는 단견에 불과하다. 민주주의가 궁극적으로 성장을 담보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성장의 효율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MIT대 경영대학원의 야성 황 교수는 "FDI가 중국 경제에 하나의 대안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와 중국의 성장 효율이 큰 대조를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인도가 국내총생산(GDP)을 1% 성장시키는데 소요되는 재화가 중국의 3분의 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난해의 경우 1조4천억달러의 중국 경제가 8.2%성장한데 비해 5천650억달러 규모의 인도는 8.2%의 GDP 증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효율성에서 비교가 안된다는 얘기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간의 차이는 또 있다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미티야 센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지난주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 세미나에서 "(권위주의가 하지 못하는 것을) 민주주의가 확실히 보장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기근이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센 교수는 중국이 지난 59-62년에 기근으로 3천만명 가량이 사망한데 반해 인도에서는 지난 47년 독립한 이후 이렇다할 기근 케이스가 보고된 것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중국이 지난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을 숨기다가 국제사회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진 후에야 공개한 점도 상기시켰다.
인도와 중국은 FDI 유치 채널도 확연히 다르다. 중국의 경우 같은 중화권인 홍콩과 대만에서 FDI의 5분의 3 이상이 유입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반면 인도는 그런 `뒷마당'이 없다. 스스로 자금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영어권이라는 점과 엘리트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 여기에 비록 아직은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예측가능'한 사법 제도를 갖고 있는 점 등이 중국과 대별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인도에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정착돼있다는 점이다. 물론 민주주의가 언제나 합리적인 경제 정책을 담보하지 않을지 모른다. 또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언제나 매력적인 기회만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가 `좋은 것'을 담보한다는 점이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