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를 맞아 '공(公)금융'을 통한 중소기업 지원업무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은행 민영화 시점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 대출업무를 정책금융의 틀 안에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이를 수행할 국책은행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동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13일 한 언론사 세미나에 참석해 "기업은행이 있어 그나마 금융위기에 이 정도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며 "기업은행의 경우 민영화 자체가 바람직한가라는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위기로 기업은행의 민영화 일정이 오는 2011년 이후로 연기됐지만 중기지원 업무 자체가 시장원리로만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시사한 셈이다.
현재 정부는 사실상 기업은행 민영화 작업에 손을 놓고 있지만 이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궁극적으로 기업은행의 민영화를 추진하더라도 그 시점과 방향에 수정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중기대출 만기연장 등 정책적 접근에서 기업은행의 중요성을 평가한 발언"이라며 "현재 중기대출은 정책금융의 입장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고 정부도 중기육성을 위해 중기대출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 기업은행을 쉽사리 민영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도 "이번 금융위기에서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을 빼면 중기지원에 나서는 곳이 없었는데 다시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며 "중기대출은 시장의 원리에만 맡겨서는 안 되는 문제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올 중기대출 순증 목표를 12조원으로 잡는 등 중기대출을 최대로 늘리는 한편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로 손실을 본 업체에 대한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