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을 단숨에 승리로 끝낼 것만 같던 미ㆍ영 연합군의 발걸음에 제동이 걸렸다.
당초 변변한 반격 한 번 하지 못하고 연합군의 진격을 허용하는 듯이 보였던 이라크군이 24일(이하 현지시간) 격렬한 저항으로 연합군측에 개전 이래 최대의 타격을 입힌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이번 전쟁이 한 달 이내의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연합군측 병력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로 접근해 옴에 따라 이라크군은 저항의 강도를 부쩍 높이는 한편 바그다드 사수를 위해 게릴라식 시가전을 펼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 지친 모습의 이라크 병사들이 줄줄이 투항하는 모습이 불러일으킨 조기 종전의 기대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게임이 안 된다`던 이라크전은 개전 닷새만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연합군은 바그다드에 시간차로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며 바그다드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나시리야 전투에서 103명의 미군 전사자가 발생했다는 알-아라비아 위성 TV의 보도와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는 CNN방송 등의 엇갈리는 보도를 감안해도 연합군의 행보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 중부군 사령부의 존 아비제이드 부사령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합군이 최대 저항에 부딪혔다며 사태의 급변을 시인했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며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연합군과 이라크측이 주장하는 전황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점도 전쟁의 조기 종결이 쉽지 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진격만 하면 함락될 것이라던 바스라와 움 카스르 등지에서는 이날도 이라크군의 격렬한 저항이 이어졌고, 카이로를 방문중인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연합군에 함락된 도시가 한 곳도 없다고 주장, 연합군측에서 새어 나온 전황이 실상보다 낙관적이었다는 측면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전쟁이 국지적인 게릴라전과 대규모 시가전으로 비화될 조짐이 엿보인다는 점. 이날 연합군측에 큰 피해를 입힌 나시리야, 움 카스르 전투의 경우 이라크 특수부대 `사담 페다인`이 주축이 된 게릴라군의 기습 공격이 위력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게릴라전 양상은 오는 25일께 연합군이 바그다드에 대한 지상 공격을 펼칠 경우 극대화할 전망이다. 연합군이 바그다드 입성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10만여 이라크군이 바그다드 시내 곳곳에서 민간인들 사이에 숨어 들어 게릴라식 시가전을 펼칠 경우 연합군의 수도 함락 작전은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한
바그다드 시가전이 수많은 민간인 희생을 동반한 장기전으로 이어지면서 국제여론 악화의 부담을 미국측에 안긴 채 수개월 이상 지리하게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영국의 제프 훈 국방장관은 바그다드 진격에 대해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혀 장기 시가전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또 하나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은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이다. 이날 연합군이 바그다드 남부에서 화학무기 생산 공장으로 보이는 시설을 접수함에 따라 이라크의 생화학무기 보유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 연합군의 바그다드 진입을 앞두고 궁지에 몰린 이라크군이 생화학무기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전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