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의 역할은 하기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경기보조자라고는 하지만 원하는 골프클럽을 건네주고 볼을 닦아주는 최소한의 보조자에 머물 수도 있고 어려운 퍼팅라인을 읽어주는 일에서부터, 정확한 클럽 선택, 바른 스탠스 잡기는 물론 스윙과 관련한 간단하지만 중요한 팁, 플레이어에게 용기와 자신을 심어줄 수 있는 코멘트 등 캐디의 능력과 지혜에 따라 무한히 확대될 수도 있다.
프로골퍼들에겐 단순히 경기의 보조자가 아니라 없으면 안 될 뿐만 아니라 일체감을 형성하지 않으면 경기를 원활히 풀어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캐디다.
지난 일요일 캐디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귀중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아름다운 캐디를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
안양베네스트로 말하면 ‘캐디사관학교’라는 말을 들을 만큼 캐디 교육을 제대로 시키기로 정평이 나있는 곳임은 잘 알려져 있다. 하나 같이 캐디의 기본임무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예의와 미모까지 갖추어 플레이어가 편하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느 골프장처럼 캐디에 대한 불만을 느끼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우리 팀에 배정된 두 명의 캐디 중 선임캐디가 우리의 마음을 쏙 빼앗아갔다. 이쁜 외모에 상냥한 말투와 몸과 마음에서 우러난 친절 등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홀이 지나면서 우리 캐디가 안양베네스트의 캐디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 외에 플러스알파를 갖추고 있는 유능한 캐디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클럽 선택 때 정확한 정보로 도움을 주고 특히 그린 읽는 눈이 탁월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안양베네스트 캐디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동반자들을 감동시킨 것은 다름 아닌 멋진 샷에 대한 캐디의 반응이었다. 정말 어려운 라이에서 멋진 샷을 날리면 기계적으로 ‘굿샷’이라고 외치는 대신 “회원님처럼 잘 치시면 온몸에 전율이 와요”라고 말하거나 “회원님보다 제가 더 기분이 좋아야”하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플레이어가 기분이 업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실수라도 하면 기분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문제점을 찾아내 조언해주기도 했다.
어느 홀에서는 네 명이 모두 드라이브샷을 페어웨이에 안착시키자 캐디는 “1년에 이런 날 손 꼽을 정도예요. 더군다나 매너 좋으시고 룰 제대로 지키시는 팀은 2년에 한번 만날까말까할 정도고요”라고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듣는 동반자들은 기분이 좋았다.
캐디의 한마디 한마디가 라운드의 분위기를 좋은 쪽으로 몰고 갈 것은 당연했다. 후반으로 접어들자 캐디의 영향 탓인지 스윙도 좋아지고 스코어도 좋아졌다. 캐디가 간혹 던지는 간단한 팁도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18홀을 끝내고 장갑을 벗을 때 캐디는 “오늘 회원님들과의 라운드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다음에 오시면 꼭 다시 모시고 싶어요.”라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우리가 정말 인상적인 플레이를 했는지, 다시 라운드하고 싶을 정도인지 의문이 없지 않았지만 미소 띤 캐디에게서 듣는 이 말은 라운드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우리 일행은 라커룸으로 들어가면서, 욕탕에서,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캐디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들 캐디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절감한 라운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