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이후] “민심 잡아야 산다” 홍보전 치열

4ㆍ15 총선을 1개월여 앞두고 전개되고 있는 `탄핵정국`에서 여야는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여론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 국민 홍보전, 정책개발 등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탄핵 역풍`에 휘말리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5일 방송의 편파보도 문제를 집중 제기하는 등 역풍 차단 움직임을 본격화했고 열린우리당은 민생챙기기 전략 등을 통해 `안정이냐, 혼란이냐`를 정국의 화두로 내세우며 역풍몰이에 나섰다. 각 당별 탄핵정국 전략을 점검해본다. ◇한나라당=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충격에서 비롯된 `역풍`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강온 양면대응` 방침을 구사하기로 했다. 역풍의 요인인 불안심리 불식을 위해 고건 대통령 대행체제에 대한 전폭적 지원과 민생ㆍ경제 주력방침을 재확인하고 실천하는 한편 탄핵 이후 방송 등 일부 언론의 보도방향에 대해서는 국회 문광위 소집 등을 통해 강하게 제동을 걸어 여론반전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최병렬 대표는 “옳은 일을 했음에도 현직 대통령을 끌어내린다는 점만 각인되는 등 몇 가지 요인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며 “왜 탄핵을 했는지 등에 대해 차분하게 홍보하고 설득해야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내 방송대책위를 구성해 탄핵정국에 대응하기로 하는 한편 16일 국회 문광위 소집을 추진하기로 했다. 홍사덕 원내총무는 “최근 TV의 편파방송은 유신 때도 없었던 극단적인 모습”이라며 “지금 이 나라는 대한민국을 살려야겠다는 생각과 노무현 대통령을 살려야겠다는 두가지 생각이 서로 격렬하게 부딪치는데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에 불퇴전의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탄핵 후폭풍을 바라보는 시각은 지도부와 탄핵반대파 사이에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지도부는 권역별로 핵심당원 등에 대한 탄핵당위성 홍보전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지도부는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의 충격 때문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며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운태 사무총장은 이날 “국민들도 며칠 지난 다음에 왜 탄핵이 이뤄졌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조만간 국민들 반응이 진정될 것”이라고 밝혀 홍보 부족에 원인을 돌렸다. 그러나 설훈 의원 등 탄핵 반대파들은 “조순형 대표등 지도부가 잘못을 국민 앞에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국민 70%가 잘못했다고 한다”며 “사람은 잘못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했다고 솔직히 시인하고 새롭게 나아가면 된다. 그걸 끝까지 잘했다고 하면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나. 회의적이다”고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응책 역시 당 지도부와 탄핵반대파가 엇갈리고 있다. ◇열린우리당=탄핵 가결은 정당지지도 1위를 줄달음치던 당 위상에 되레 주마가편(走馬加鞭)이 됐다는 인식이다. 즉 총선을 불과 한달여 앞 둔 시점에서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는 분위기다. 우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된 이후 20%대를 훌쩍 뛰어넘어 마(魔)의 30%대로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우리당의 전략은 4ㆍ15 총선을 국회의 탄핵안 가결에 대한 찬반투표로 몰아가자는 것이다. 그러자면 `친노 대 반노`의 세력 구도가 불가피하겠지만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게임이 될 것이라는 게 우리당 내부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제1당으로 등극하는 것은 물론 과반수 이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도 흘러나온다. 이 때문에 영등포 청과물시장에 새로 마련된 우리당 신당사는 들뜬 분위기가 역력하다. 표정들도 한결같이 밝다. 우리당은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라는 경계론에 공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탄핵반대 촛불시위도 단기적으로는 우리당에 좋은 영향을 주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또 다른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고 우려했다. 정동영 의장이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야당에 선거연기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번주에는 선거ㆍ정치일정을 갖지 않겠다”며 전국 지구당에 시위참가 자제를 지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우리당은 대신 탄핵으로 국민불안을 촉발시킨 야당과 차별된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민생경제 챙기기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정 의장이 지난주 말 경제5단체장을 만난 데 이어 이날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의 간담회, 외신기자 회견을 잇따라 가진 것 역시 우리당이 책임 있고 안정적인 정당임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박동석기자, 안의식기자, 김민열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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