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청소기’ 김남일(29ㆍ수원)이 ‘아트사커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과 4년 여 만에 재격돌한다. 김남일은 오는 19일 오전4시(이하 한국시간) 라이프치히 젠트럴슈타디온에서 열리는 프랑스와의 독일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지단과 중원 장악을 위한 맞대결을 벌인다. 지난 2002년 5월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평가전 이후 4년만의 재회다. 당시 경기에서는 한국이 2대3으로 석패했지만 김남일은 ‘세계최고의 미드필더’라는 지단과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 패기에 노련미 겸비… 킬링패스 능력도 탁월, 4년만의 중원 재격돌 '또 한번의 승리' 자신
김남일은 당시 찰거머리 수비로 지단을 무력화했다. 김남일의 저돌적인 수비에 막힌 지단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 결국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한국이 시종 팽팽한 접전을 펼친 밑바탕에는 프랑스 공격의 시발점인 지단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김남일의 활약이 있었다. 김남일은 19일 프랑스전에서도 ‘지단 봉쇄’의 특명을 받고 선발 출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4년 만의 리턴매치에서도 김남일의 승산은 충분하다. 지단은 과거의 날카로움을 많이 잃었다. 월드컵 전 평가전에서는 부진한 플레이로 비난의 화살을 감수해야 했고 지난 13일 스위스전에서도 상대방의 거센 압박에 막힌 프랑스의 공격 활로를 뚫어주지 못했다. 체력적인 부담도 많이 느끼는 듯했다. 반면 김남일은 4년 전의 패기와 터프함이 여전하고 여기에 노련미가 더해지며 공격력까지 겸비한 선수로 업그레이드됐다.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전방으로 한번에 볼을 투입해 득점 찬스를 만드는 ‘킬링패스’ 능력은 4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토고전은 김남일의 원숙함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후반 23분 이을용과 교체 투입된 김남일은 침착하고 여유 있는 플레이로 순식간에 중원을 장악하며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우리 쪽으로 끌어왔다. 후반 27분 터진 안정환의 역전골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스타 파워를 자랑하는 프랑스지만 여전히 지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클로드 마켈렐레, 파트리크 비에라 등이 포진하는 막강 미드필드 라인도 지단이 봉쇄될 경우 중원 지배력은 반으로 떨어진다. 김남일이 지단과의 맞대결 2라운드에서 4년 전, 혹은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프랑스도 결코 넘지 못한 산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