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6월 21일] 분양가 상승과 시장 안정의 엇박자

"분양하려면 분양가를 주변 시세나 그 이하로 맞춰야 하는데 시세는 계속 떨어지고 분양가는 오를 일밖에 없으니 갑갑한 일입니다." 최근 수도권 사업지에서 할인 분양을 통해 간신히 미분양을 모면한 A건설의 주택영업본부장은 앞으로 분양할 일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미분양을 막기 위해서는 마진을 줄이고 분양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아파트를 분양할 수밖에 없지만 분양가 상승 요인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으로 건설사의 택지 보유 세금을 분양가의 가산비로 인정해주기로 해 이 부분이 분양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친환경ㆍ디자인 주택 기준 등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건축비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3억원짜리 민간택지 중소형 아파트라면 지금보다 최소 1,000만원 이상 분양가가 상승할 것이란 게 업계 추산이다. 이와 더불어 원자재 값 상승으로 기본형 건축비가 오를 전망인데다 경기침체로 아파트 하자 소송 등이 급증하면서 금융 비용마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신규 아파트를 구매할 때 기준이 되는 주변 시세는 꾸준한 하락하고 있다. 더구나 신규주택에 대한 구매 욕구만이라도 살아난다면 다행이지만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집 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에서 선뜻 새 집을 구매할 사람은 많지 않다. '로또'라 불리던 정부의 보금자리주택마저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책정되자 대량 미분양 사태가 발생한 것도 집 값 하락 전망과 무관하지 않다. 문제는 분양가는 오르고 시세는 떨어지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의 부작용이다. 분양을 받아도 분양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신규 분양을 받을 리 없고 전세시장만 불안해질 수 있다. 만약 건설업체가 분양가 상승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취약한 건설업계 사정은 더 악화될 게 뻔하다. 디자인ㆍ친환경 기준 강화 등으로 주택에 대한 눈높이는 한껏 높이면서 시장 안정세를 유지하겠다는 정부가 과연 이 같은 엇박자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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